사법연수원 성적이 좋지 않았던 C씨는 변호사 개업 후 반백수 상태다. 장인 소개로 인연을 맺은 기업의 고문변호사로 일하며 받는 사례비 300만원이 월 수입의 전부다. 학원강사인 아내의 수입 덕에 가계를 꾸려나가는 형편이다. C씨는 “3수 끝에 어렵게 사시를 패스했는데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줄은 몰랐다”며 “차라리 공인회계사나 행정고시를 준비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변호사 수는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변호사 수는 지난해 2만명을 넘어섰다.
변호사가 많아지면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일반 국민이 법률 시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미미하다. 오히려 변호사 간 수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기획소송과 같은 부작용마저 나타나고 있어 양적확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가 복잡·다변화하면서 법률서비스 수요 또한 꾸준히 증가했지만 변호사수는 더 빠르게 늘었다. 서울변회가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소속 회원들이 수임한 소송 건수를 분석한 결과 손해배상, 이혼 등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 본안사건은 같은기간 6만 9878건에서 25만 1655건으로 260.1%(18만 1777건)늘어났다.
그러나 같은기간 소속 회원 수는 1253명에서 1만476명으로 736.1%(9223명) 급증, 변호사의 평균 수임 건수는 연 55.7건에서 24.0건으로 절반이상 감소했다. 수임 건수가 줄어들면서 고소득 전문직으로 각광받던 변호사의 수입도 급감추세다. 이민 서울변회 법제연구위원은 변호사업 총 매출액이 지난해 3조 7248억원에서 2050년 6조 9320억원으로 186.1%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변호사수가 연 1500명씩 늘어나고 있어 변호사 1인당 연간 평균 순수익은 4344만원에서 1521만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 추세대로라면 변호사업이 부업 취급을 받고, 변호사 자격증은 사회봉사 자격증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변호사가 늘면서 부작용이 빈발하고 있다. 일부 변호사 사무실은 법무사 보수 기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집합건물의 등기를 대리해 법무사협회가 지방변호사회에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한국전력은 전신주가 박힌 토지주를 상대로 보상소송을 부추기는 변호사가 있다며 서울변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보관위탁된 자금을 횡령하거나 등기 비용을 횡령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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