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암예방의 날]“아들아, 가족을 지키려면 담배부터 끊어라”

33년째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 ‘암’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 암 경험
금연·절주·정기검진 등 가장 중요
  • 등록 2016-03-21 오전 6:30:00

    수정 2016-03-21 오전 9:05:51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이다. 불규칙한 생활패턴과 식습관,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매년 20만명이 넘는 암환자가 발생한다. 암은 1983년 이후 33년째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다. 폐암 말기인 70대 노인이 40대 아들에게 남기는 편지 형식을 빌어 암 예방을 위해 주의해야 할 점들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아들아,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더구나. 피가 끓던 젊음 날의 패기도, 목숨을 내줘도 아깝지 않을 것만 같던 친구와의 의리도,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도 찰나의 기억에 불과하더구나. 내 나이 일흔살.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지금에서야 알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이다.

그러니 네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담배 좀 끊어라.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담배를 배운 것이다. 이 애비가 찾아보니 지난 1983년 이후 33년째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가 암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대수명인 81세까지 산다고 하면 3명 중 1명(36.6%)은 암에 걸린단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사망률이 높은 게 바로 폐암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뻔한 얘기라고 귀찮아하지 말고 아비가 마지막 남기는 유언이니 새겨들어라.

담배를 피우면 비흡연자에 비해 외국은 10배 이상, 우리나라는 5배 이상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신장암, 방광암, 췌장암 등의 발생 위험도 최소 2배 이상 높아진다.

흡연도 습관이다. 스트레스 받거나 커피나 술을 마실 때, 다른 흡연자들과 있을 때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는 것 안다. 나도 그랬다. 그래도 참아라. 한대 피우고 싶을 때 잠깐, 그 순간만 참으면 된다.

금연을 결심했으면 당분간 술자리를 피하고 담배 피우는 사람 주변은 얼씬도 하지 마라. 간접흡연을 할 때 마시는 연기의 80%는 담배가 혼자 타면서 생기는 연기다. 이 연기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마셨다가 뿜어내는 연기보다 발암물질이 최소 2배에서 최대 50배까지 많다고 한다. 간접흡연을 하게 되면 담배를 직접 피우는 사람보다 더 피해가 크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네가 담배를 계속 피우면 며느리의 폐암 발생 위험이 2~3.5배, 손주들의 기관지염이나 폐렴 위험은 1.7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며느리와 손주들을 병들게 하고 싶으냐?

올해 12월 23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예시로 만든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자료:복지부)
술도 좀 줄여라. 술도 발암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라는 곳에선 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더라.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빠질 수 없는 회식도 많고, 업무상 중요한 저녁자리가 있겠지.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더라도 하루 두잔 이내로 마셔라. 너도 곧 40대가 된다. 우리나라 40~50대 남성의 사망원인 1위가 간암이다.

네가 어릴 때 밥상에 고기반찬이 없다고 투덜대다가 네 엄마에 혼줄이 나던 모습이 기억나는 구나. 어릴 때부터 고기라면 사죽을 못 쓰더니 어른이 돼서도 고기없이는 밥을 안먹더구나. 고기 먹는 건 좋다. 다만 반드시 채소와 함께 먹어라. 과일과 채소를 최소 하루 600g 이상 먹는 게 암 예방에 좋다더라.

며느리가 해준 음식 싱겁다고 소금 좀 넣지 마라. 며느리가 다 너 생각해서 싱겁게 하는 거다. 우리나라 국민 하루 소금섭취량은 권장량의 두배가 넘는단다. 짜게 먹으면 위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음식에 소금 뿌리다, 네 인생도 소금 뿌리는 수가 있다. 짜게 먹는 것도 습관이다. 네가 짜게 먹으니 손주들도 간이 심심하면 맛없다고 칭얼거리잖냐. 애들까지 잡을 생각이냐. 국물이 있는 음식은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게 소금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조발생률:특정 인구집단에서 새롭게 발생한 암환자수를 전체인구로 나눈 값. 인구 10만명당 발생하는 비율.(자료: 보건복지부)
아들아, 난 내가 폐암에 걸릴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나마도 손쓸 방법 없는 때가 돼서야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5년 전에 네 엄마 협박에 못 이겨 담배 끊고 등산을 시작한 뒤로 너무 건강을 자신했던 모양이다. 네가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할 때 받았으면 손주들 커가는 걸 몇 년은 더 볼 수 있었을텐데….

바쁘더라도 건강검진은 매년 빼먹지 말고 받아라. 위암은 마흔 살이 넘거든 2년 주기로, 대장암은 50세가 이후로는 1년 주기로 검사 받거라. 네놈은 술을 워낙 좋아해 간에 문제가 생길 공산이 크니 간이 안좋다 싶으면 6개월마다 검사해라.

암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아도 100%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하니 정상 나왔다고 너무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해라. 의사 얘기가 암이란 놈은 검사 이후 급속도로 커지는 경우도 있고, 정밀검진이 아니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단다. 특히 폐암은 나라에서 하는 암검진 대상에서 빠져 있는데다 감기증상과 비슷해 조기에 발견하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 회사에서 하는 정기검진 때 가슴 사진 찍어보고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바로 정밀검사를 받거라.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당부하마. 내가 혹시 의식을 잃고 사경을 해메더라도 무리하게 연명치료는 하지 마라. 몇일 더 살겠다고 온몽에 주렁주렁 호스 매달고 누워 있고 싶지 않다. 멈춘 심장 다시 뛰게 하겠다고 심장 마사지하다가 갈비뼈가 골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뜩이나 폐암 때문에 숨쉴 때마다 가슴이 아픈데 갈비뼈까지 부러지면, 생각도 하기 싫다. 아비는 시신이라도 온전히 남겨서 묻히고 싶다.

아비가 암에 걸려 항암치료 받는다고 고생해 보니 너는 절대 암에 걸리지 않고 건강히 살았으면 한다. 평생 아프지 말고 가족들 잘 건사하며 행복하게 살거라. 끝으로 다시 한번 얘기하는 데 폐암으로 죽어가는 아비 앞에서 담배 피우는 아들 놈 보고 싶지 않다. 담배는 당장 끊어라. 알겠지?

암 예방 10대 수칙(보건복지부·국립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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