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압박에 한발 물러선 공정위…기업 영업비밀 제한 공개

공정위 피심의인의 '증거자료 접근권' 허용 가닥
재계 "방어권 강화는 환영..영업비밀 안전망 마련해야"
  • 등록 2019-10-02 오전 5:00:00

    수정 2019-10-02 오전 6:54:13

25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 관련 동의의결 신청 사안’에 대한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SK텔레콤(017670) 등 통신3사에 대한 거래상 지위 지위 남용(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공정위를 상대로 열람·복사거부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발송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 중 통신사 관련 30페이지 분량의 자료가 누락돼 있어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우니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다.

공정위는 통신사의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법원은 현행법 상 공정위 결정이 옳다며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미국 정부가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공정위가 피심의인(피고 격)의 방어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증거자료 접근권’을 허용하라고 압박했다.

공정위가 영업비밀을 포함한 증거자료 접근권을 일부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국회,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피심의인이 증거자료 공개를 요구할 경우 영업비밀까지 포함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이 마련되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미국 USTR과 양자협의를 열 계획이다.

공정위가 검토하는 방안은 유럽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의 비밀심리절차(In Camera Procedure)와 유사하다. 피심의인측에서 심사관(검찰격)이 보유한 증거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하면 제3자인 청문관(Hearing Officer)이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판단해 제한된 장소에서 증거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 피심의인 측을 대리한 외부 변호사만 해당 증거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피심의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 외부 변호사만 증거자료 상 정보를 심의에 활용하도록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피심의인 측이 증거자료를 통해 취득한 영업비밀을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의 열람만 허용할지, 복사까지도 가능하도록 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증거개시제도(Discovery)를 허용하는 사법체계를 갖추고 있어 피심의인과 심사관, 심지어 제3자까지도 증거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복사도 가능하다. 다만 미국은 당사자들이 법원에 정보보호명령(Protective Order)을 신청할 경우 영업비밀 정보 접근을 제한한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비밀 보호에 방점을 뒀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이제는 기업 방어권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식, 유럽식 모델을 접목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경쟁당국의 ‘칼’에 대한 방어권을 보다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업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방어권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한 조치”라면서도 “영업비밀이 유출되지 않도록 2중 3중으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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