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남편도 친구도…휴대폰 속 비밀이 까발려진다

[리뷰]연극 '완벽한 타인'
관객 500만 동원한 동명영화 원작
스크린에 문자 확대, 집중도 높여
무대만의 묘미 살린 연출로 재미 선사
  • 등록 2021-06-01 오전 6:01:00

    수정 2021-06-01 오전 6:01: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 극에는 교훈이 없습니다.”

연극 ‘완벽한 타인’의 민준호 연출은 프로그램북에 실린 인사말에서 작품을 이같이 소개한다. 그는 “그저 곤란하고 재미있는 작가의 상상력이니 그냥 즐겨주세요”라며 작품을 보기 전 관객에게 연극의 메시지를 고민하는 진지한 태도는 잠시 접어둘 것을 권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사진=쇼노트)
민 연출의 말처럼 ‘완벽한 타인’은 복잡한 생각을 잠시 비우고 무대 위에서 110분간 펼쳐지는 인물들의 소동을 부담없이 즐기면 되는 작품이다. 원작은 이탈리아에서 2016년 개봉한 동명 영화. 국내서도 2019년 같은 제목의 영화로 제작돼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 초연으로 오른 이번 연극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연극적 재미를 갖춘 연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품은 에바-로코, 비앙카-코지모, 까를로타-렐레 부부와 이들의 친구 페페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식사를 하던 중 남편 휴대전화에 온 문자로 외도가 발각돼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이에 에바가 휴대전화의 전화나 메시지를 그대로 공유하는 게임을 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화기애애하던 식사는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는다.

원작이 같은 만큼 연극은 영화와 비슷한 극 전개를 보인다. 영화를 먼저 본 관객이라면 무대에서 펼쳐질 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은 무대에서만 가능한 연출로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무대 뒤에 설치한 스크린의 활용이 눈에 띈다. 작품 속 TV 소품이기도 한 이 스크린은 휴대전화 화면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창이자,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인물들이 느끼는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며 관객을 작품에 보다 집중하게 만든다. 또한 이탈리아 원작을 그대로 무대화하면서 인물들의 대사가 영화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변한 점도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연극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사진=쇼노트)
휴대전화 속 비밀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관계 또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친구와 부부처럼 가장 친밀한 관계라고 믿었던 관계도 사실은 ‘완벽한 타인’이었음이 드러난다. 처음엔 웃음을 자아내지만, 극 후반부에 접어들면 어느 샌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렐레와 페페가 휴대전화를 서로 바꿨다가 겪는 소동은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민 연출은 “혹시라도 극을 보러 왔으니 꼭 교훈이나 메시지가 필요하다면 이런 메시지 없는 공연을 좋아하는 타인이 꽤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나아가 우린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나와 같기를 기대하기보다 어차피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인사말 말미에 썼다.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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