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첫 아시아 방문국가로 한국을 선택할 만큼 우리와는 각별하다. 방한 당시에는 특유의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특정 종교의 지도자 이상의 감동을 한국사회에 안겼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로 깊은 슬픔에 빠진 희생자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 방한기간 내내 노란리본 추모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녔으며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고통 앞에서는 중립이 있을 수 없다”는 말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끝까지 챙겼다.
사실 세월호 문제를 풀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이 종교인들에게는 없다. 그럼에도 교황은 한국의 주교들을 보자마자 세월호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과연 교황이 주교들에게 기대했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방한기간 동안 교황의 언행을 통해 추측해 보건대 세월호 문제의 경과보고보다는 주교들 입을 통해서 직접 듣는 “고통 받는 이들 곁에 함께했다”였을 것이다. 어느덧 세월호 참사 1주기다. 교황이 한국에 다녀간 이후 한국주교단이 세월호 유가족을 지속적으로 찾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교황의 질문에 주교들이 그저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묵묵히 있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