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맘 다이어리] 16. 아들, 꼭 낳아야 하나요?

  • 등록 2015-05-03 오전 8:00:00

    수정 2015-10-22 오후 4:38:12

출산하기 전에 사모은 여자아이 옷들. 쇼핑몰에도 여자아이 옷이 남아 것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다. (사진=송이라 기자)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딸이에요? 정말 부러워요~저도 둘째는 꼭 딸이어야 할텐데…”

아이 성별이 딸이라는 사실을 안 아들 가진 엄마 열명 중 여덟은 이런 반응이었다. 아들은 키우기도 힘든데 사춘기 지나면 말수도 적어지고, 결혼하면 ‘며느리의 남자’가 될게 뻔해 엄마로서는 좋을 일이 없다는게 그들의 논리였다.

첫째 딸 둘째 아들이면 ‘금메달’이고, 첫째 아들 둘째 딸이면 ‘은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표준어는 ‘매달다’가 맞다)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사람마다 금메달, 은메달의 조합을 조금씩 달리 말하지만 핵심은 아들만 둘 가진 엄마가 제일 안타깝다는 애기다. 나와 비슷한 세대 사람들 사이에는 확실히 딸 선호사상이 존재한다.

그런데 한 세대만 위로 올라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출산을 하고 우리 부모님이 처음으로 시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엄마 아빠는 “아이고..딸을 낳아서 어떻게 해요. 아들을 낳았어야 하는데..”라며 몸둘바를 몰라 했다.

임신하고 애낳고 생고생한 사람은 난데 왜 내 부모가 시부모한테 죄인처럼 굴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 얘기를 들은 시부모님의 반응은 “아닙니다. 또 낳으면 되죠”였다. 그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남아 선호사상이 지배적이었다.

아들을 낳고 시댁으로부터 폭풍칭찬을 들었다는 우리 어머님이나, 딸 둘을 낳고도 아들 욕심이 가시질 않아 6년이나 지난 후 결국 늦둥이 아들을 낳은 우리 엄마나 그들의 머릿 속에는 ‘그래도 아들이 최고’였다.

딸 가진 엄마들은 자신의 딸이 시집가서 일단 아들을 한 명 낳아야 책임감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시대가 그랬으니 우리네 부모들의 반응이 놀랍지만도 않다.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그들의 잔소리는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첫 아이는 무조건 딸이길 바랐다. 딸이 있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쁘게 꾸며주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데다, 애교가 많아 키우는 맛도 있고 무엇보다 성인이 된 후에 엄마와 평생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딸과 엄마가 여행다니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아들과 엄마가 단둘이 여행가는건 보기 드물다. 딸만 있는 집이 이상하게 단합이 더 잘되고, 늘 친가보다 외가가 더 재밌었던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이제 딸 하나가 있으니 사실 큰 욕심은 없다. 여력이 된다면 한 명 더 낳고 싶지만 직장생활이나 내 체력 등을 감안하면 둘째는 아직까지도 엄두가 안난다. 굳이 둘째를 낳더라도 첫째를 생각한다면 자매를 만들어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내가 사는 시대는 참 여러가지 선호사상이 혼재하는 과도기적 시대다.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배우고 직장생활 하는데 결혼하고 나면 갑자기 여자에게 집안일과 직장생활 모두를 요구하는 것도 과거와 현대 문화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조금 배우고 시집가서 집에서 살림하면서 애만 낳고 기르는게 훨씬 속편했을지 모르겠다.

주변 친구들에게는 딸 가져서 부럽다라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시댁에는 죄인이 돼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말 어느 장단에 맞춰 춤춰야 할지 영 헷갈린다. 이 모든게 과도기적 시대를 사는 여자의 숙명이 아닐까. 부디 내 딸이 사는 세상은 여성이 좀 더 살기 편해지는 시대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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