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③덩케르크와 북한 미사일

  • 등록 2017-08-14 오전 6:00:00

    수정 2017-08-14 오전 9:37:37

런던 전쟁박물관 내부 [사진= 이민정 통신원]
[영국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이민정 통신원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영국인들의 구출작전을 담은 영화 ‘덩케르크’가 한국에서도 얼마전에 개봉했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뿐 아니라 마크 라이언스, 톰 하디 등 나오는 배우들도 다들 영국인이죠. 올 들어서만 세 차례의 테러 공격을 받는 등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영국에 영국인들이 만들고 등장해 2차대전 당시 실패한 작전, 몰살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영국 군인들이 처절하게 분투해 결국 살아남는 이 영화는 특히 남다른가 봅니다.

첫 개봉 날 수익만 1002만파운드(약 147억2328만원) 기록하며 올들어 영국 내 개봉한 영화 가운데 4위의 오프닝 기록을 올린 뒤 순항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한 영국인은 실제 영국인들에게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대단한 자부심으로 남아 있고 위기 때마다 되새기는 일종의 정신이라고 표현하더군요. 한번도 영화로 다루지 않았던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영화로 구현한, 그것도 아주 잘 구현한 놀란 감독도 대단하지만, 이 영화의 흥행은 결국 연이은 테러, 그리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 불안하고 혼란스런 시기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영국은 영국인들을 단합하고 위기를 헤쳐나가는 정신을 일깨우는 뭔가가 절실하거든요.

런던 전쟁박물관 내부 [사진= 이민정 통신원]
영화 덩케르크가 세계 제 2차 대전 덩케르크 철수 작전과 전쟁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서 그런지 런던 램버스지역의 전쟁박물관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평일에 갔는데도 관광객들 뿐 아니라 영국인들로 붐볐습니다. 이 박물관은 1920년에 문을 열었는데 1차 세계 대전부터 현재까지 영국과 영연방국가들의 전쟁사를 한눈에 볼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공식 기록뿐 아니라 개인의 기록, 영상자료, 사진, 음성기록 , 전쟁에 실제 사용된 군수품, 무기 등도 전시해 놓았죠. 무엇보다 전쟁을 겪는동안 영국인의 심리상태가 어땠는지,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국가와 국민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너무나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놓아 제가 영국인이었다면 왠지 이곳만 방문해도 국가에 대한 사랑이 절로 생겨날 것만 같았습니다.

런던 전쟁박물관 내부에는 영국 군인들을 포함한 연합군이 참전한 한국전쟁에 관한 내용도 전시돼 있습니다. 중국이 연합군 진영에 뿌린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면 너희는 미국을 위해 죽는 것이다’라고 적힌 선전물을 확대해서 걸어놓았는데요. 한국과 관련된 전시물이 신기해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박물관 큐레이터 한 명이 와서 “영국 군인들이 자고 일어났더니 텐트밖에 중국이 날린 이런 선전물이 뿌려져 있더라”로 설명해주더라고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비무장지대(DMZ) 사진도 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며 저보고 가봤느냐고 물었습니다.

몇년전에 통일부를 출입할때 기자들 단체로 DMZ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더니 저에게 감상을 묻더군요. 그래서 “황량하긴 하던데 별 감흥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휴전국가이지만 그 기간이 60년이 넘었고,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저에게 전쟁은 과거의 일일 뿐이었거든
런던 전쟁박물관 내부 [사진= 이민정 통신원]
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발사 시험을 하면서 한국이 전쟁 중인 국가, 다만 휴전한 상태라는 것을 간간히 일깨워주기는 하지만 더이상 국민들도, 금융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났던 정부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북한 대응과 관리를 잘한 증거”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전쟁박물관을 다녀온 바로 다음날인 7월 28일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미일 연합은 항상 그렇듯 더욱 강경한 대북 제재를 요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냉정을 찾고 대화로 풀자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여느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고요.

올들어 두차례의 런던 테러, 멘체스터 테러 등 3번의 테러를 겪은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테러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마다 “적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동요와 분열”이라며 “가장 강력한 대응은 적의 공격에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주로 성명에서 영국의 국가 안보가 테러집단에 뚫린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과 사과, 또 다른 테러공격을 예방하지 못하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내게 된 것에 대한 사죄보다는 테러 상황에서 보여준 경찰과 응급대원들, 일반인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끄집어내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당시 영국 정부의 태도가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국민들의 동요을 막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국가의 단합을 도모하는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바탕이라는 점에서 메이 정부의 대응이 조금은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시험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한국인들이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국민들이 북한 이슈에도 큰 동요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관리를 꽤 잘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런던 전쟁박물관 내부 [사진= 이민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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