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와 청산 위기는 넘겼지만 정상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영환경 개선과 더불어 남은 일감도 길어야 내년 하반기에 고갈돼 수주 확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홍성인 산업연구원(KIET) 박사는 “법정관리 졸업 9개월 만에 또다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STX조선의 회생을 위해서는 빠른 신뢰 회복과 인수합병(M&A) 같은 장기적인 비전 마련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관건은 일감 확보다. 시황이 살아나고 있지만 대형 조선소들까지 아 성형의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개선·경쟁력 강화 먼저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STX조선의 체질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주 영업도 사실상 중단 상태다. 현재 STX조선의 수주 잔량은 모두 17척(옵션 2척 포함)이다. 이중 건조 중인 선박이 5척이고, 6척은 아직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못받았다. 지난해 9월 그리스 선사 판테온으로부터 PC선 6척을 수주한 이래 옵션 물량을 제외하면 올해 신규 수주는 아직 없다. 남은 일감도 길어야 내년 하반기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박사는 “STX조선해양은 중형 석유제품운반(PC)선 가운데 6~8만톤(LR1)과 4만~6만톤(MR) 선종에서 각각 세계 1위와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잘 하는 특화선에 역량을 집중해 매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청산이나 M&A를 통해 조선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며 “M&A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향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장기적 비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장기 비전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은 문제”라며 “채권단이 STX조선에 쏟아부은 7조9000억원 중 상당수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액과 납기 지연에 따른 보상 비용, 회사채 상환 등에 쓰였다.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 강화에 들어간 돈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향후 수주확보가 생존의 핵심 과제로 지목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주력 선종은 MR탱커로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를 버텨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당장 빅3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마저 수주불확실성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마당”이라고 우려했다.
인력 감축 없는 자구안…신뢰회복 키는 수주
당장 노사 추가 협의를 통해 무급휴직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남은 직원들은 앞으로 무급휴직과 임금·수당 삭감을 감내해야 한다.
산은이 수용한 자구안에는 생산직 근로자 전원이 향후 5년간 매년 6개월씩 무급 휴직을 하는 등 임금 삭감, 복지 혜택 축소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조선업계 내에서는 이같은 STX조선해양의 자구계획안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와 같이 수주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인력 감축이 아닌 인건비 감축을 선택한 것은 향후 재무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력 감축을 통해 외주화할 경우 일감에 따라 외주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인건비 감축은 일감이 없어도 지속적인 비용 지출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선수금환급보증(RG)만 발급되면 중형 탱커, 소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영업에 나설 수 있다”며 “최근 수주가 살아나고 있고, 원가 경쟁력도 있어 올해 수주 목표만 20척이다. 회사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