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모면한 STX조선 ‘홀로서기’ 첩첩산중

바닥 보이는 운영자금·일감…
“잘하는 특화선에 역량 집중해야”
2월말 보유현금 1475억원 그쳐
작년 영업손실 1173억…유동성 나빠
내년 하반기면 일감 동나는데
올해 따낸 수주 단 1건도 없어
“중형 석유제품운반석 등에 집중을
M&A 통한 구조조정도 방법”
  • 등록 2018-04-12 오전 5:45:00

    수정 2018-04-12 오전 9:19:12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청산 위기에 몰렸던 STX조선해양이 난산 끝에 도출한 노사 자구안을 정부가 수용하면서 독자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 산업은행은 11일 STX조선해양 노사가 제출한 자구계획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산은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이 제출한 자구계획에 대해 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결과,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회생절차(법정관리) 추진은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법정관리와 청산 위기는 넘겼지만 정상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영환경 개선과 더불어 남은 일감도 길어야 내년 하반기에 고갈돼 수주 확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홍성인 산업연구원(KIET) 박사는 “법정관리 졸업 9개월 만에 또다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STX조선의 회생을 위해서는 빠른 신뢰 회복과 인수합병(M&A) 같은 장기적인 비전 마련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관건은 일감 확보다. 시황이 살아나고 있지만 대형 조선소들까지 아 성형의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개선·경쟁력 강화 먼저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STX조선의 체질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1일 STX조선해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173억원이다. 전년도 영업손실 1987억원보다는 814억원 개선됐지만, 2012년 이후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2016년 대비 62.9% 감소한 3958억원을 기록했다. 지속된 적자에 유동성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달 8일 중형조선사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하면서 추가지원이 없다고 못 박은 만큼 자산 확보 대안도 없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월말 기준 1475억원의 현금을 보유중이다. 업계의 헤비테일(선박 건조 후 잔금을 지급하는 방식) 계약 관행에 당장 운영자금 마련도 쉽지 않다.

수주 영업도 사실상 중단 상태다. 현재 STX조선의 수주 잔량은 모두 17척(옵션 2척 포함)이다. 이중 건조 중인 선박이 5척이고, 6척은 아직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못받았다. 지난해 9월 그리스 선사 판테온으로부터 PC선 6척을 수주한 이래 옵션 물량을 제외하면 올해 신규 수주는 아직 없다. 남은 일감도 길어야 내년 하반기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박사는 “STX조선해양은 중형 석유제품운반(PC)선 가운데 6~8만톤(LR1)과 4만~6만톤(MR) 선종에서 각각 세계 1위와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잘 하는 특화선에 역량을 집중해 매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청산이나 M&A를 통해 조선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며 “M&A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향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장기적 비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장기 비전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은 문제”라며 “채권단이 STX조선에 쏟아부은 7조9000억원 중 상당수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액과 납기 지연에 따른 보상 비용, 회사채 상환 등에 쓰였다.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 강화에 들어간 돈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향후 수주확보가 생존의 핵심 과제로 지목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주력 선종은 MR탱커로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를 버텨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당장 빅3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마저 수주불확실성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마당”이라고 우려했다.

인력 감축 없는 자구안…신뢰회복 키는 수주

당장 노사 추가 협의를 통해 무급휴직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남은 직원들은 앞으로 무급휴직과 임금·수당 삭감을 감내해야 한다.

산은이 수용한 자구안에는 생산직 근로자 전원이 향후 5년간 매년 6개월씩 무급 휴직을 하는 등 임금 삭감, 복지 혜택 축소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조선업계 내에서는 이같은 STX조선해양의 자구계획안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와 같이 수주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인력 감축이 아닌 인건비 감축을 선택한 것은 향후 재무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력 감축을 통해 외주화할 경우 일감에 따라 외주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인건비 감축은 일감이 없어도 지속적인 비용 지출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홍성인 박사는 “인력 감축이 경쟁력 강화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인력 감축은 경쟁력을 저해시킬 수 있는 요소”라고 꼬집었다. 또한 채권단에서 적절한 시기에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박사는 “가장 필요한 것은 수주를 위한 RG 발급”이라면서도 “동시에 단기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앞선 일감 확보와 선주들의 신뢰를 복원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선수금환급보증(RG)만 발급되면 중형 탱커, 소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영업에 나설 수 있다”며 “최근 수주가 살아나고 있고, 원가 경쟁력도 있어 올해 수주 목표만 20척이다. 회사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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