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스타트업 이어주는 '한국판 슬러시' 만들 것"

구조조정서 혁신성장 무게추 옮긴 産銀
스타트업축제 '넥스트라이즈' 준비 집중
"투자자금 풍부하고 대기업 기반 잘 갖춰
슬러시 등 기존 글로벌 페어들과 차별화"
  • 등록 2019-07-08 오전 5:53:37

    수정 2019-07-08 오전 5:53:37

[그래픽=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혹독한 겨울의 나라 핀란드는 연말이면 부쩍 시끌벅적하다.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페어로 성장한 ‘슬러시(Slush)’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행사 때만 해도 전세계 130여개국에서 2만명 이상이 헬싱키로 몰려왔다. 2012년 이후 ‘노키아 쇼크’에 빠진 핀란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게 슬러시다. 앵그리버드(루비오)와 클래시오브클랜(슈퍼셀) 같은 히트작도 그렇게 탄생했다.

슬러시의 목표는 명확하다. ‘not the Californian sun, but honest Slush.’ 미국 캘리포니아의 태양, 다시 말해 스타트업의 상징 실리콘밸리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종일 눈발이 날리고 해도 잘 뜨지 않는 겨울 날씨이지만 젊고 쿨한 스타트업 열기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핀란드 경제는 한국 경제와 닮은 듯 다르다. 노키아처럼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다른 굴지의 대기업들이 많다는 점은 또 다르다. 한국의 산업금융을 설계해왔던 KDB산업은행이 최근 ‘한국판 슬러시’ 넥스트라이즈(NextRise) 준비에 집중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민간이 중심이 된 사실상 국내 첫 스타트업 박람회다. 산업은행 조직 내부도 이동걸 회장의 기업 세대교체론과 맞물려 무게중심이 구조조정에서 혁신금융으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자금 풍부하고 정부 지원의지 커”

이준성 산업은행 넥스트라운드실장은 7일 “슬러시를 비롯해 포르투갈 웹서밋, 스페인 MWC 등을 벤치마킹하면서도 한국만의 차별점을 찾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은 투자자금이 풍부하고 정부의 지원 의지가 큰 데다 (핀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과 달리) 제조업 기반의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많다는 장점도 있어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데 오히려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넥스트라이즈의 총괄 지휘자다.

이 실장은 이를 토대로 벤처·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결해주는 창구가 되겠다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사업적으로 실질적인 성장이 가능해야 한다”며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커졌지만 대기업과 사업 협력 등에서 아직 어려움이 큰 만큼) 민간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투자 사례를 만드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외 대기업들도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거나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며 “슬러시와 웹서밋, MWC 등 글로벌 페어들도 이런 점은 없어서, 이를 차별점으로 해서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은행의 구상은 한국무역협회, 벤처캐피털협회, 벤처기업협회 등과 함께 오는 23~24일 개최하는 넥스트라이즈 2019에서 구체화된다. 실제 삼성, 현대차, SK텔레콤,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KT, 에쓰오일 등이 부스를 차려 스타트업들을 만난다. 대기업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담당자, 벤처캐피탈(VC) 심사역과 스타트업간 투자 상담이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대기업으로 성장한 1세대 벤처와 미국 아마존, 중국 레노보, 중국 샤오미, 독일 바스프 등 글로벌 기업도 나온다. 이외에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핫한 VC로 떠오르고 있는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 등은 주제발표를 한다.

넥스트라이즈에 힘 싣는 이동걸 회장

한국은 아직 스타트업 불모지다. 슬러시 행사는 핀란드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여는데, 그 두 나라가 중국과 일본이다. 당장 올해 8월(선전)과 9월(상하이) 중국 본토에서 스타트업 축제가 열린다. 지난 2월에는 슬러시 도쿄도 열렸다. 이 실장은 “넥스트라이즈는 국내에서는 민간 주도의 첫 스타트업 행사”라며 “(슬러시처럼 글로벌 투자자들을 자발적으로 찾게 해서) 앞으로 매년 열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넥스트라이즈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산업금융의 역할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에도 도전인 셈이다.

산업은행이 스타트업 투자 유치 플랫폼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이동걸 회장의 의지와 맞물려 있다. 20년 전 1세대 벤처를 키워낸 김대중 정부 당시 산업정책을 업그레이드 한 혁신성장이 절실하다는 게 이 회장의 소신이다. 조 단위 기업가치를 지닌 유니콘이 수십개 더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워낙 힘을 실어주다 보니 전통산업 구조조정 역할과 동시에 스타트업 혁신금융 역할도 조직 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인사들은 “올해 하반기 인사 때는 직원들 사이에서 넥스트라운드실이 선호하는 부서 중 하나로 꼽혔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전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Slush)’에서 참석자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출처=슬러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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