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무원 가짜 야근수당은 세금 도둑질

내부 제보 잇따라 “도 넘는 수준”
투명하게 공개하고 페널티 줘야
  • 등록 2019-10-02 오전 5:00:00

    수정 2019-10-02 오전 5:00:00

공무원들이 정부세종청사를 출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A기관의 한 공무원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좌를 듣겠다고 출장 신청서를 냈다. 강좌는 오후 4시 시작인데도 그는 낮 12시에 사라졌다. 교양강좌 참석을 출장으로 처리한 것도 황당한 일인데 심지어 그는 신청한 강좌를 듣지도 않았다. 동료들은 이런 ‘가짜 출장’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쉬쉬하며 넘어갔다.

B구청 사무실은 밤 9시만 되면 공무원들로 북적인다. 직원들이 저녁을 먹고 술자리를 가진 뒤 퇴근도장을 찍으러 몰려들기 때문이다. 주말엔 남성 공무원은 사무실로 나와 출근 도장을 찍고 운동을 간다. 여성들은 출근 도장을 찍고 마트에서 장 보고 집에 들렀다가 저녁에 퇴근 도장을 찍으러 다시 사무실로 온다. 이들 통장에는 초과근무수당이 꼬박꼬박 입금된다.

모두 현직 공무원들이 1일 기자에게 메일로 제보한 내용이다. <“술 먹고 야근수당 꿀꺽”..줄줄 새는 공무원 수당> 등 4건의 기획기사를 본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한 공무원은 “‘출장수당은 못 받는 게 바보’라는 암묵적 도덕적 해이가 팽배하다”며 “도를 넘는 것 같아 같은 공무원으로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며 후속 보도를 부탁했다. 이 같은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부당수령 실태를 주기적으로 총괄 점검하는 기관은 없다. 수당 종류가 18개나 되는데 얼마나 지급되는지 총액도 알 수 없다.

줄줄 새는 수당 문제가 계속될수록 공직사회 신뢰만 훼손된다. 소방관, 집배원 등 어려운 환경에서 사명감으로 일하는 공직자들조차 의심의 눈총을 받게 된다. 가뜩이나 낮은 연봉에 고충이 많은 9급 실무직들의 박탈감도 커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대한민국이 굳건하게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공무원의 열정과 헌신”이라고 했다. 공무원의 열정과 헌신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신상필벌이 확실해야 한다. 수당을 부당 편취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짓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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