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株의 덫]"나만 잘 빠져나가면 돼"…알고도 달려드는 개미들

18년전에도 동아건설 `보물선` 엮었다 상폐
제일제강, 주가 조작 의심 커져
거래대금 급증→신일그룹 설립→최대주주 변경
  • 등록 2018-07-25 오전 6:00:00

    수정 2018-07-25 오전 10:45:23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희 이슬기 기자] 제일제강(023440)이 보물선 테마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달 6일부터다. 전날 최대주주가 류상미 신일그룹 대표이사와 최용석 씨로 변경된단 소식에 들썩였다. 신일그룹은 150조원의 금괴가 들었다던 ‘현대판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해 이를 인양할 목적으로 6월 설립한 신생회사로 보물선 발견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해왔다. 보물선 발견이 언론에 보도되고 제일제강은 보물선을 발견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최대주주가 된단 소식에 순식간에 ‘보물선 테마주’로 등극했다. 주가는 18일 5400원을 찍으며 이달 들어 191% 급등했다. 몰락도 빨랐다. 제일제강이 이날 최대주주 변경과 보물선을 발견한 신일그룹과는 관계가 없다고 공시하자 10분 만에 주가가 34% 급락하는 등 하한가를 쳤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19일 이후에도 제일제강을 12억원 넘게 사들이면서 다 끝난 것 같은 테마주(株)에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최고가 대비 60% 가량 하락한 만큼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물선이 사기일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도 알 것”이라면서도 “한 번 뜨면 상한가가 몇 번 간단 생각에 나만 잘 빠져나오면 된다는 심리가 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별 종목의 의심스러운 호재에 흔들→`테마주`로 형성

제일제강 등 보물선 테마주는 남북경협·대마초·비트코인 테마주 등과는 달리 개별 종목의 재료에 집중, 이를 기초로 다른 종목으로 테마가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신일그룹 투자 및 돈스코이호 인양과 관련됐단 루머에 피앤텔(054340)동원시스템즈(014820)도 이달 각각 30%, 45% 급등했다가 다시 49%, 35% 떨어졌다. 2000년 동아건설, 2001년 삼애인더스트리가 보물선 테마주로 엮이면서 상장 폐지까지 됐는데도 보물선 테마주가 여전히 먹혀든다는 것은 코스닥 시장이 얼마나 테마주에 취약한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해도 150조원의 금괴가 실제 있는지, 인양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또 소유권 문제는 없는지 등 각각의 논란이 남아 있는 데다 제일제강이 신일그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27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억원, 8억원씩 내다팔았다. 제일제강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신용융자도 급증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이달 10일 141만주로 최대치를 찍었고 잔고율(총 주식수 대비 신용융자로 매입한 주식 수 비중) 또한 5.4%로 높아졌으나 주가 급락세에 반대매매 등이 나오면서 19일 27만주로 81%나 급감했다. 잔고율도 1%로 줄었다.

*7월은 1~20일까지 (출처: 한국거래소)
의심스러운 재료를 활용해 주가를 띄우는 행위는 올해도 있었다. 네이처셀(007390)은 퇴행성 관절염, 치매 치료 관련 줄기세포 치료제와 관련된 호재를 날리며 3월 16일 6만4600원까지 올라 연초 이후 180%나 급등했다. 그러나 호재에 대한 의심이 커진데다 라정찬 대표이사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으면서 그 뒤로 90% 가량 급락했다. 라 대표는 2013년 알앤엘바이오의 주가 조작으로 구속됐는데 5년만에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네이처셀이 뜨면서 파미셀(005690), 강스템바이오텍(217730), 코아스템(166480) 등 줄기세포 테마주들도 4월초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그 뒤로 50%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줄기세포 테마 ‘네이처셀’은 주가 조작, 닮은 꼴 제일제강은

금융감독원이 보물선 테마와 관련 주가 조작 조사에 착수한 만큼 제일제강 등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사기에 가깝다”며 “주가를 띄우기 위한 재료를 시장에 던져서 부정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조작이 이뤄졌다면 신일그룹의 설립 시기도 함께 고려해봐야 한단 분석이 나온다. 제일제강의 거래대금이 급증해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쌓인 후 신일그룹이 설립되고 신일그룹의 보물선 발견과 제일제강의 최대주주 변경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신일그룹 설립 전에 거래대금이 급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제일제강은 올 1~2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3~4억원에 불과했으나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며 3~4월 7~8억원 수준으로 늘어나더니 5월엔 37억원, 6월엔 50억원, 이달엔 420억원대로 급증했다. 거래대금이 급증했던 5월부턴 개인 순매수가 누적됐다. 이후 신일그룹은 6월 1일 돈스코이호 발견한 개인들이 본격적인 인양을 위해 류상미 대표를 필두로 설립된다. 한 달 뒤 7월 5일엔 류 대표가 제일제강의 최대주주가 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는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변경 계약 전에 제일제강의 매수세를 이끌었던 계좌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조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발굴 신청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자회사인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를 통해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SGC)’ 가상화폐를 발행했다. 금지된 ICO(암호화폐공개)의 일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온라인상에선 수 억원대 손실을 봤다며 작전주의 개미 털기란 말이 돌 정도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테마주는 기업의 본질 가치 변동이 아닌 기대감에 따른 상승세라 주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거품이 꺼질 경우 손실이 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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