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소환한 제약주권]①위기시 대응 불가...준비 안 하면 '백신구걸'

게르베 2018년 횡포 대안 없어 약가 3.6배 인상 마무리
자국 우선주의 속 코로나 백신 치료제 '무기화' 양상
인도·중국 원료의약품 수출 제한으로 의약품 수급차질
백신·원료·필수의약품 등 제약 주권 단기 대응 불가
낮은 수익성 탓에 시장 통한 빠른 공급 안돼
  • 등록 2020-06-02 오전 5:00:00

    수정 2020-06-02 오전 5:0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500% 약가를 올려달라.” 2018년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는 간암 치료에 쓰는 조영제 ‘리피오돌’ 값을 8만500원에서 26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물량 부족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독점적 지위에 있던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에 가까웠다. 이 회사는 약가가 인상되지 않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정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결국 약가를 3.6배 인상해줬다. 대체재도 없고 재고도 넉넉지 않아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필요한 의약품을 자력으로 개발·생산할 수 있는 ‘제약 주권’을 소환하고 있다. 대안 없이 상대 선의에 기댈시 직면하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횡포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두고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자국 우선주의 흐름 속에 ‘백신·치료제 무기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약산업 세계 1위 미국은 지난 4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40여개국이 자금 지원을 약속한 온라인 국제회의에 불참했다. “백신은 모두가 접근 가능한 공공재여야 한다”는 빌 게이츠 언급은 역설적으로 ‘백신 확보 전쟁’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산업대학원장은 “백신이나 치료제는 해외에서 먼저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원료의약품 수급에서도 ‘의약품 국산화’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주요 원료의약품 수출국인 중국과 인도의 공장 폐쇄 등으로 원료의약품 수급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2~4개월 치 원료의약품 재고분을 확보한 국내 제약기업은 하반기까지 수급 차질이 지속되면 완제의약품을 만들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백신·치료제 개발이나 안정적인 원료의약품 공급 기반 확보가 단시일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백신 개발에는 보통 10년이 걸린다. 또 코로나19처럼 감염병 시기에는 자국 우선주의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백신 개발, 원료의약품 자급화, 필수의약품 공급에는 모두 수익성 문제가 있어 시장을 통한 빠른 해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산 백신 자급률은 50%에 그치고 원료까지 국내 생산이 가능한 백신을 기준으로 하면 39%로 떨어진다. 원료의약품 자급도도 26.4% 불과하다. 국가필수의약품 중 14.3%는 수입하고 있다. 이상원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대학원 학과장은 “의약품 공급이 제한된 위기 상황에서는 어느 나라도 의약품 공급에서 자기 나라를 우선시하고 다른 나라는 후순위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생산해야 할 필수 백신과 의약품을 선별하고 생산역량을 어느 선까지 구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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