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번주 시작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은 야심차게 1호 영입인재를 발표했습니다. 군 출신의 30대 여성 과학자,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가 바로 그 인물입니다. 청년과 미래, 워킹맘 등 민주당이 강조해온 가치에 부합되는 인재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젊은 미래로 갈 민주당 선대위를 지휘해줄 분”이라며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조 교수는 송영길 대표와 함께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선대위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이재명 캠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교수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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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만 하루 만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조 위웡장의 과거 사생활에 대한 뜬소문을 공개하면서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것이죠. 이를 본 네티즌들은 조 위원장에게 비난을 쏟아내며 해당 콘텐츠 내용을 옮겨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다른 일부 언론사도 이 대열에 동참했죠.
특히 지난 2일 가세연의 행보는 극에 달했습니다. 조 위원장 자녀의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한 것이죠. 명백히 개인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침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까지 치닫자 조 위원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중심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진심으로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만 아이들과 가족은 그만 힘들게 해주셨으면 한다”고 글을 남긴 후 당 지도부에 사퇴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송영길 대표는 “공직 후보자도 아니고 국회의원에 출마할 사람도 아닌 데 10년 전에 이혼한 사실을 갖고 이렇게 개인사를 공격해야 할 사안인지 국민들의 판단을 바란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까지 밝혀서 공개한 것에 대해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했죠. 민주당은 즉각 가세연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다만 앞서 민주당의 행보에도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 위원장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해도 정치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인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사생활에 대해 조 위원장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영입한 인재를 정치권의 풍파에서 막아줘야할 당이 오히려 논란의 중심으로 등을 떠미는 모양새였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이재명 후보에게서 시작됐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관련 논란이 불거진 후 “모든 정치인은 국민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판단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 여론에 따라 조 위원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선대위 국가인재위원회 총괄단장을 맡은 백혜련 의원의 발언은 더 강도가 높았습니다. 백 의원은 “정치는 개인적인 사생활 부분을 공적인 부분과 결부시키는 면이 강하다. 그 문화가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지금 국민적인 정서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조치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결국 조 위원장은 선대위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유망한 30대 여성 과학자는 정치권에서 자신의 목소리도 내보지 못한 채 상처만 안고 떠나게 됐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에 대해 “여당 선대위의 영입인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조동연 교수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공격을 단호히 막아서도 모자랄 판에 ‘국민 정서’를 운운하며 부화뇌동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라고 지적했죠.
물론 조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재차 표명한 후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 후보는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모든 책임은 후보인 제가 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서 이 후보가 꺼냈던 말을 돌이켜 보면 ‘책임’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