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 부실대출 책임 묻는 정부…‘취약층 부채 탕감에 동참하라’

정부 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자
최종구 “대상자 절반 전액 탕감”
“채권 부실화에 금융회사 책임도”
탕감에 필요한 재원 금융권에 전가
극빈층 재기 발판 마련 취지엔 공감
‘은행 팔 비틀어 생색’ 논란일 듯
  • 등록 2017-11-30 오전 6:00:00

    수정 2017-11-30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노희준 기자] 정부가 최대 159만명의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해 ‘빚 사면’에 나섰다. 1000만원 이하·10년 이상 연체된 6조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이 정리대상이다.

정부는 일단 소요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투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출연금을 주축으로 기금을 만들어 부실채권을 매입키로 하면서 결국 ‘팔 비틀기’를 통해 금융권에 부담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29일 가계부채 종합대책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장기소액연체자 재기 지원 방안을 밝혔다. 지원 대상은 원금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상환 완료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다. 지난달 31일 기준 159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민행복기금에 해당 채무가 있는 장기소액연체자 83만명과 은행· 대부업체 등 민간금융회사, 캠코·예보 등 금융공공기관에 해당 채무가 있는 76만명을 합친 규모다.

이들의 채무는 6조2000억원에 이른다. 행복기금 연체자를 기준으로 평균 채무는 평균 450만원, 연체기간은 14.7년이다. 대부분 사회취약계층과 저신용·저소득 계층이다.

금융당국은 소요재원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의 출연금, 기부금 등을 재원으로 비영리 재단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

정부가 저소득 저신용 장기소액연체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빚사면에 나선 건 개인의 채무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 책임질 부문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9일 장기 소액연체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일차적으로 채무자 본인의 책임이 있지만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도 있다”며 빚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른바 ‘약탈적 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이다.

최 위원장은 “우리 몸이 건강해지려면 가장 아픈 곳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건강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있는 분들이 다시 건강한 경제·금융 생활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책을 통해 금융기관이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심사 관행을 확립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출했다.

문제는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재원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다. 일단 정부는 금융권 기부금으로 충당한다고 공언했다. 재정투입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에 ‘혈세’를 투입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비판여론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명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재정으로 납세자들의 부담이 들어가면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채권 부실화와 관련해 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금융회사도 책임질 부분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러한 문제에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만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대상자 159만명 중 최소한 반 이상은 (채권소각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밝힌 159만명, 6조2000억원 가운데 절반을 채권 소각한다면 당장 필요한 채권 소각 규모만 3조6000억원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대부업체 등과의 채권 매입 협상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전체 채권매입 규모와 소각규모는 달라지겠지만 대략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재원마련을 민간 금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재정투입 병행해야”

물론 정부는 금융사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결국 금융사의 ‘팔 비틀기’를 통한 짐 떠넘기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 탕감에 민간 은행을 끌어들여 들인 것은 정부의 중대한 실책이”이라며 “과거에도 빚을 줄여준다는 공약과 정책은 있었지만 최소한의 선은 지켰다”고 지적했다.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다.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채무자들과의 형평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정책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단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채무자의 재산·소득을 더욱 엄격히 살피고 재산을 숨기고 탕감을 받는 부정감면자를 발견할 경우 무효 조치할 예정이다. 동시에 신용정보법상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등 강공책도 병행키로 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장기 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재원은 금융사들의 비자발적인 기부금을 활용하는 것이라 결국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금융사들이 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이번 정책도 복지의 관점에서 다가선다면 정부의 재정이 투입될 여지가 있다”며 “재원을 금융사의 기부금이나 출연금에만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금융사의 부담과 정부의 재정을 균형 있게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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