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벌써 퇴색해 버린 ‘여의도 포청천’의 다짐

  • 등록 2018-08-10 오전 6:00:00

    수정 2018-08-10 오전 6:00:00

국민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국회 행태가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문희상 의장이 이끄는 제20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됐지만 기득권을 고집하는 모습은 과거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그동안 문제점이 누차 지적됐던 특수활동비를 그대로 지키겠다고 하는가 하면 산하기관 지원을 받는 해외출장에 있어서도 해당 의원들에 대한 정보 공개를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자기들의 밥그릇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고도 말로는 여전히 국민을 떠받든다는 것이니,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의원 38명의 해외출장에 대한 정당성을 해당 피감기관에 떠맡긴 결정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해외여행에 잘못이 있었는지 여부를 돈을 댄 기관으로부터 답변을 듣겠다는 것이니, 코흘리개라도 그 뻔한 속셈을 짐작할 수 있다. 국회 사무처 내에서조차 “해당 기관들 스스로 잘못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분위기라 한다. 그런데도 스스럼없이 이런 방법을 택했다면 국민을 우습게 생각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제20대 전반기 국회의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대해 항소 절차를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다. 국회 내부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영수증이나 증빙서류를 첨부해 양성화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이처럼 기득권을 지키는 데 있어서만큼은 여야가 손쉽게 의견 일치를 본다는 자체도 그리 달갑지 않다. 서로 트집을 잡아 회기를 공전시키기 일쑤이면서도 ‘눈먼 돈’을 쓰는 데 있어서는 어떻게 손발이 척척 맞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문 의장 개인의 답변이 궁금할 뿐이다. 그 스스로 “대명천지에 깜깜이돈, 쌈짓돈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특활비 폐지를 다짐했던 것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여의도 포청천’다운 행보를 기대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모습은 영 딴판이다. 그나마 올해 남은 기간의 특활비 집행을 억제해 남는 돈을 국고에 귀속시키겠다는 것이 그가 내놓은 타협 방안이다. 벌써부터 지리멸렬해진 모습으로 무슨 일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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