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128년 역사 시어스의 굴욕...27년 아마존 물류창고 전락

아마존, 백화점까지 창고로…유통업계 잠식 거침없는 행보
백화점 몰락 …안일한 대처가 부른 예정된 수순
"변화 따라잡지 못해…스마트폰 이어 코로나에 직격탄"
  • 등록 2020-08-11 오전 12:00:00

    수정 2020-08-11 오전 12:00:00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때 미국을 대표했던 백화점들이 택배 물류창고로 전락할 운명에 놓이게 됐다. 그것도 전혀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던, 이제 겨우 27년 역사를 가진 ‘아마존’ 물류창고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백화점의 몰락과 온라인 유통업체의 시장 장악이 눈으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아마존, 백화점까지 창고로…거침없이 유통업계 잠식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미국 최대 쇼핑몰 소유주인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과 JC페니 및 시어스 백화점 일부 점포를 택배 물류 창고로 이용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JC페니는 지난 1902년에, 시어스 백화점은 1886년에 각각 설립됐다.

구체적으로 몇 개 점포를 전환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이먼 프라퍼티가 소유하고 있는 점포 수는 JP페니 63곳, 시어스 11곳 등이다. 오래 전부터 경영난을 겪어오던 JC페니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 5월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시어스는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8년에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논의는 코로나19 위기 이전부터 아마존과 사이먼 프라퍼티 간 이해관계가 일치해 시작됐다. 백화점이 주로 도심 등 소비자와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아마존 입장에선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도 넉넉하다.

사이먼 프라퍼티 입장에선 아마존이라는 안정적인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업체들을 입점시키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노력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이먼 프라퍼티는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고객들을 어떻게 늘려야 할지, 또 떠나가는 입점업체들을 어떻게 붙잡아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이번 논의 외에도 물류센터에서 소비자까지 최종 단계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폐점한 대형 쇼핑몰을 인수해 물류창고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쇼핑몰의 전략적 위치가 유통 허브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몰락 …안일한 대처가 부른 예정된 수순

WSJ은 이번 협상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진행되고 있었던 ‘쇼핑몰의 쇠락’과 ‘전자상거래의 부상’이라는 두 가지 추세가 만나는 교차점”이라고 평가했다.

백화점의 몰락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및 전자상거래의 등장과 함께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던 시기에도 백화점들은 고급화·차별화 정책을 내세우며 온라인으로 전환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전자상거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뒤늦게 온라인 유통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아마존, 월마트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몸집을 키워 시장을 대거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아마존으로 불리는 시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1886년 리처드 시어스가 우편으로 시계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1892년 본격적인 배송사업에 나서며 유통기업으로 거듭났다. 이후 시어스의 지주회사 시어스홀딩스는 시어스백화점과 대형마트인 K마트를 보유하며 한때 미국 최대 유통업체로 군림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쓸쓸히 퇴장했다.

시어스는 파산보호 신청 당시 2011년부터 7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부채는 113억달러에 달했다. 한때 3800여개에 이르렀던 시어스·K마트 매장은 687개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기 직전인 2007년 주당 195달러였던 주가는 41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간신히 버티던 백화점들마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스마트폰에 이어 온라인 쇼핑을 더욱 가속화하는 두 번째 파도였기 때문이다. 1826년 뉴욕 맨해튼에서 첫 문을 열며 미국 최초이자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했던 로드앤테일러, 각각 113년, 118년 전통의 니먼마커스와 JP페니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온라인’이 주류가 되어가는 시대 변화에 눈감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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