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나 산하기관과의 식사는 뚝 끊었다. 예전에는 이들이 오전 11시30분 전후로 나를 줄곧 찾아왔다. 그러면 맛집이 많은 세종시 외곽이나 공주로 1시간 넘게 오찬을 갔다 왔다. 계산은 그들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식사 때 피해서 와달라”고 미리 얘기해 뒀다. 불가피하게 식사 때와 겹쳐도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다. 저녁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 달간 다이어리에는 사무관 등 직원들 밥 사준 내역만 빼곡하게 적혀 있다.
산하기관에서 제공 받던 각종 ‘편의’도 사라졌다. 그동안 현장점검을 하면 산하기관에서 공용차를 지원해줬다. KTX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더라도 역에서 현장까지 1시간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이번 달부턴 부처 직원들이 차를 끌고 먼저 내려가 나를 기다린다. 현장 점검·회의도 줄였다. 산하기관들에는 “세종시로 올라와서 보고하라”고 했다. 일단은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다.
주변 고위공무원 친구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부담스러운 약속이 줄어서 좋은데 법 위반인지 애매한 상황이 있다는 지적이다. 캔커피를 준 게 신고됐다는 뉴스를 보고선 깜짝 놀랐다. 국무회의 전후로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을 상대로 한 장관들의 ‘Q&A’도 한창이라고 한다. 때론 불편하고 답답해도 고위공무원이 시범케이스로 걸리는 ‘최악’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 요즘엔 “애매하면 만나지 말고 만나면 더치”라는 말만 되뇐다.
*이 기사는 중앙부처 고위공무원과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
☞ 성영훈 권익위원장, 외국기업인들에 '김영란법' 지지 요청
☞ 김영란법 위반 1호 재판 열린다… 경찰에 감사 떡 보낸 민원인
☞ [기자수첩]김영란법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치적인가
☞ [사설] 권익위 과욕으로 김영란법 좌초할라
☞ 학부모 66% “김영란법, 교사 선물 금지 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