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씨 남친 있나요?"…'신상털이' 공간된 대학가 대나무숲

특정인 소환 게시글에 댓글로 개인정보 무차별 노출
SNS 노출에 익숙한 젊은 세대 의식 반영
"본인 동의 없는 신상 노출은 문제"
  • 등록 2017-05-19 오전 5:00:00

    수정 2017-05-19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보영 김정현 기자] 대학생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생면부지인 B씨가 전화번호를 묻기에 “남자친구가 있다”고 둘러댔더니 “없는 줄 다 안다”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B씨는 A씨가 재학중인 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A씨 지인들이 남긴 댓글을 통해 신상정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A씨는 “처음 보는 남자가 사생활 정보까지 알고 있어 놀라기도 했고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익명에 기대 ‘신상털이 ’ 공간으로 변질

정보 교환이나 현안 관련 의견 개진 등 의사소통 수단으로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나무숲’(대숲) ‘대신 전해드립니다’(대전)페이스북 페이지를 신상정보를 캐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따르고 있다. 이용자들이 익명성에 기대 특정인의 사생활 정보를 묻거나 제3자가 댓글을 통해 관련 내용을 마구잡이로 노출하는 탓이다.

신상털이는 주로 마음에 드는 이성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조직행동론 수강하는 심리학과 15학번 최다은(가명)씨 남친 있나요? 딱 제 스타일이에요’ 같은 글이 전형적 예다. 여기에 연애 짝사랑 등 해시태그를 붙이면 지인들이 ‘요새 외롭다더라’ ‘최씨 스타일은…’ 등 댓글을 다는 식이다. 심지어 아이디를 태그하는 경우도 많아 페이스북 계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숲·대전 페이지를 구독하는 학생은 누구나 이런 모든 내용을 볼 수 있다.

대숲·대전 페이지에 특정인의 이름이 언급되면 ‘역시 인기가 많다’는 칭찬이나 ‘잘못 본 것 아니냐’는 핀잔 등 댓글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생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김모(25·여)씨는 “대숲 페이지에 언급되는 지인들 중 불쾌하단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신의 존재는 감춘 채 상대방 정보만 알고 싶다는 건 무례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사립대 재학생 이모(26·여)씨는 “페이지 관리자가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글은 삭제하면서 개인 정보를 묻는 글은 왜 안 걸러내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문제가 불거지자 몇몇 대학에서는 개인 정보 문의 글은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서울대 대숲 페이지의 경우 “‘OO 여친·남친 있나요’ 등 특정인을 소환하는 글은 게시하지 않는다”고 공지하고 있다. 중앙대 대숲 페이지 역시 특정인의 신상정보를 묻는 제보글은 삭제 대상이다.

서강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글 갈무리
“SNS 노출에 익숙한 탓…범죄 가능성 인식해야”

대숲·대전 페이지 개인 정보 노출에 별 문제 의식이 없는 데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관계맺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 문화의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 세대에 비해 사생활을 SNS에 노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대숲 페이지에서 타인 얘기를 해도 무방하다고 느끼기 쉽다”며 “페이지에 이름이 언급되면 주목도 받고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연애나 공부 등 공통적인 관심사는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고민이고 흥밋거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차원이 다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런 무분별한 타인의 신상 노출은 법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하나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본인도 모르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돌고 타인의 문자를 받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는다면 손해배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과거 대학 게시판이 온라인 공간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면서 전파성과 위험성이 커진 게 사실”이라면서 “범죄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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