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재산공개]“한 채 남기고 팔아라" 지시에도…버티는 장·차관들

8부처 5처 17청 6개 위원회 장·차관급 전수조사
강경화·박영선·최기영 장관, 박백범 차관 3주택
“한 채만 남기고 팔아라” 지시한 홍남기도 2주택
“노부모 봉양” 해명…경실련 “고위직 솔범수범해야”
  • 등록 2020-03-26 오전 12:00:00

    수정 2020-03-26 오전 7:26:23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장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노 실장은 작년 12월16일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 홍 부총리는 같은달 18일 “정부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한 채만 남기고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김소연 기자] 청와대가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에게 1채만 남기고 처분할 것을 지난해 권고했지만, 대다수 고위공직자들이 모르쇠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동산 처분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고 투기 목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2주택자 매각”을 공직자들에게 먼저 요구한 청와대조차 여전히 2주택자들이 적지 않다. 처음 이를 지시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여전히 2주택자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강경화·박영선·최기영 장관, 수도권에 2주택

25일 이데일리가 18부처, 5처, 17청, 6개 위원회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신고한 건물(본인과 배우자의 단독주택, 아파트, 아파트 분양권, 오피스텔, 주상복합)을 전수조사한 결과, 18명이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관보에 게재된 작년 12월31일 기준 공직자 재산 신고와 3월 현재 해당 부처 및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확인을 거친 결과다.

앞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작년 12월16일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달 18일 “정부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한 채만 남기고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데일리 조사에서 2주택 이상 정부 고위공직자가 22명이었다. 3개월이 지났는데 이 중 4명만 1주택자가 된 것이다. 주택 매각으로 1주택이 된 고위공직자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서호 통일부 차관,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김종석 기상청장뿐이다.

현재 주택을 3채 보유한 고위공직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 4명이다.

강 장관은 서울 봉천동 주택(이하 실거래가 3억1700만원), 연희동 주택(17억3000만원), 운니동 오피스텔(2396만원)을 신고했다. 박 장관은 서울 연희동 주택(13억9000만원), 교북동 오피스텔(5억9300만원), 일본 도쿄 미나토구 아파트(9억7341만원)를, 최 장관은 서울 방배동 아파트 2채(19억6800만원)와 서울시 동교동 주상복합건물(3억1595만원)을, 박 차관은 연희동 주택(6억6000만원), 잠원동 아파트(8억원), 충북 청주 주택(2억5300만원)을 보유 중이다.

장관급의 경우 홍 부총리가 경기 의왕시 내손동 대림e편한세상 아파트(6억1370만원)와 세종시 나성동 2-4생활관 주상복합건물 분양권을 갖고 있다. 홍 부총리는 중도금을 2회 납입해 분양권 가액이 지난해 신고 때 8062만원에서 현재 1억6124만원으로 올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수원시 아파트 7억4800만원·오피스텔 1억5360만원), 은성수 금융위원장(서울 잠원동 아파트 9억2800만원·세종시 아파트 2억900만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서울 용산구 아파트 분양권 17억4340만원·오피스텔 1억4633만원), 문성혁 해수부 장관(스웨덴 말뫼 아파트 4억1617만원·부산시 아파트 7억8000만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서울 목동 아파트 8억7000만원·대전시 아파트 3억1550만원),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서울 여의도동 11억6000만원·청운동 아파트 6억9200만원)도 2주택을 신고했다.

이들 중 진영 장관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아파트를 15억6000만원에 매매해 본인 소유 오피스텔과 배우자 소유 아파트 분양권만 신고했다. 3주택에서 2주택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문 장관은 스웨덴 세계해사대 교수직을 휴직 중이어서 2주택자다.

차관급 2주택자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서초동 아파트 9억3600만원·북아현동 주택 2억675만원), 구윤철 기재부 2차관(개포동 아파트 12억9600만원·분당구 주상복합 8억4600만원),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서초구 주상복합 13억1123만원·세종시 아파트3억2990만원), 정재숙 문화재청장(중계동 아파트 5억1500만원·신당동 주택 8600만원), 정무경 조달청장(도곡동 아파트 13억6800만원·세종시 아파트 2억8400만원),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문정동 아파트 7억9100만원·세종시 아파트 2억7346만원),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서빙고동 아파트 7억2000만원·세종시 아파트 3억6634만원) 등 7명이다.

정무경 청장은 “세종시에 있는 아파트를 1월3일 매각해 내달 1일 소유권이전 등기가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유명희·서호·김양수·김종석, 1주택자로

다른 고위직들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매각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면 계약서에 따라 중도금(1억6124만원)을 받을 수 없다”며 “세종시 아파트가 내년 여름에 완공되기 때문에 안양 집을 팔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박영선 장관의 실거주지는 구로구 신도림이며, 연희동 단독주택은 거소지로 활용하고 있다”며 “배우자 소유의 종로구 오피스텔의 경우 박 장관의 시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최기영 장관 측은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다주택자가 된 경우라고 알려왔다.

김용범 차관은 아현동 주택은 배우자가 건물 지분만 25%를 물려받은 것으로 장모가 거주 중이라 처분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구윤철 차관은 “개포동 주택은 재개발 후 등기 시까지 매도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다른 주택은 몇 달 전부터 매물로 내놓고 팔리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영환 차장은 “서울·세종시를 출퇴근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다주택을 소유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추진하는 만큼 고위직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고위직도 지키지 않을 정도로 청와대가 보여주기식 1주택 권고를 한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검증을 강화하고 투기를 엄벌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부처, 5처, 17청, 6개 위원회 장·차관급 인사들이 보유한 건물(본인과 배우자의 단독주택, 아파트, 아파트 분양권, 오피스텔, 주상복합)을 전수조사한 결과 2주택 이상이 18명이었다. 2020년 3월26일 자정 관보에 게재된 2019년 12월31일 기준 공직자 재산 신고와 해당 부처 및 고위공직자 확인 결과. [자료=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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