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현대차의 승리, 배당 기대에 찬물 끼얹나

  • 등록 2014-09-23 오전 7:00:00

    수정 2014-09-23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재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부지 입찰이 현대기아차그룹의 승리로 끝났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부지 감정가의 세 배가 넘는,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지는 10조5500억원을 써 냈다.

5% 이상 내는 입찰 보증금으로 9999억9999만9999원을 납입, 오너인 정몽구 회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렸다. 또 즉각 폴크스바겐 본사와 박물관, 테마파트 등이 있는 독일의 아우토슈타트를 본 떠 한전부지 일대를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로 바꿔 놓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증권가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입찰 결과가 공개된 이후 여기에 참여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가가 급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3사 주가의 하락폭이 크기도 했더니와 재계 2위라는 덩치상 코스피도 1% 가까운 하락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증권가의 이같은 반응은 본사 사옥 통합 등의 필요성을 인정한다하더라도 너무나 큰 돈을 썼다는 것에서 시작, 자원배분권을 쥔 오너의 행동은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오너는 ‘붕새의 큰 뜻’을 지녔을 지 모르지만 투자기준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실망감이 현대기아차그룹 한 곳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있다는 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이 들어서고 나서 증시에는 배당 확대 기대감이 물씬 생겨 났다.

정부는 기업 내부에 차곡차곡 쟁여 가는 현금을 빼내 빚부담이 목까지 차오른 정부와 가계로 흘러가게 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 실행방안으로 사내유보 혹은 초과유보 과세를 골자로 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제시됐다. 투자나 배당, 혹은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기업들은 지금껏 사내유보를 하는 이유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투자는 하기 힘들테니 배당 확대만한 것이 없을 것으로 증권가는 판단해 왔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배당소득은 분리과세한다는 대주주 우대 방안도 함께 나온 터에 대주주 입장에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봤다.

이런 가운데 이번 한전부지 입찰이 불거졌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 나아가 개발 사업에 참여할 현대기아차 소속 계열사 주주들은 배당 기대를 예전보다 낮출 수 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만 보더라도 지난해와 올해 각각 이익의 10% 안팎인 5344억원과 5208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은 여전히 오너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그룹은 성장성을 내세우면서 배당에 인색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재계 2위 현대기아차그룹은 ‘그룹의 100년 대계’를 위해 당장의 희생을 내세웠다. 재계 1, 2위가 이럴 진대 기업 스스로 배당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다.

아직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저버릴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배당 확대 차원에서 연기금에 배당주주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대표 연기금 국민연금의 주요 대기업 보유 지분을 감안하면 환류세제보다 더 막강한 도구가 남아 있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에 뜻하지 않게 ‘공공기관 부채비율 200% 수준 감축’이라는 정책 달성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을 획득한 셈이 됐다. 당장 한국전력은 부지 매각에 따라 부채비율을 추가로 20%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국민연금의 배당주주권 행사 여부가 배당 확대 정책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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