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 커지고 주총 정족수 못 채워... '3%룰' 완화를

"先 제도 보완" 외치는 기업들
대주주 의결권 3% 제한하면
정족수 25% 채우기 사실상 불가능
  • 등록 2017-02-22 오전 5:00:00

    수정 2017-02-22 오전 5:00:00

[이데일리 강경래 김정유 기자]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핵심으로 한 상법개정안을 두고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계는 이같은 법안들이 연계되면 향후 기업 경영에 큰 차질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임원인 A씨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섀도보팅(Shadow Voting)제 폐지 및 전자투표제 도입, 집중투표 의무화 등 상법개정안에 대비해 보유 지분을 일부 우호적인 이들에게 매각하라고 대표이사께 건의해야 할 상황”이라며 쓴 소리를 던졌다.

A씨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일명 ‘3%룰’.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해 사내·사외이사 선임안과 달리 감사, 혹은 감사위원 선임안에 한해서는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중기 입장에서는 섀도보팅제가 폐지될 경우, 감사선임을 위해 최대주주 지분을 3%로 묶어두고 나머지 22%의 정족수(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를 채우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A씨는 “감사선임 등을 의결하는데 있어 대주주 지분의 의결권 제한을 없애거나 상한선을 3%보다 높이는 등 상법개정안 시행에 따른 제도적인 보완이 함께 고려돼야 할 것”말했다.

현재까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이번 상법개정안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중기들은 전자투표제 위무화를 가장 큰 위협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전자투표 의무화로 인해 상장법인들에 총 75억2000만원의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전자투표로 행사된 주식 비율도 2015년 1.62% 및 지난해 1.44%에 불과했다.

반도체장비 중견기업 B사 임원은 “전자투표제 홍보부족도 참여가 저조한 원인이겠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주주들에 공인인증서가 요구되고 웹사이트 환경 자체도 복잡하기 때문도 있다”며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전자투표제는 비현실적인 방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한 보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C사 임원은 “투자자들이 자본금 10억원 미만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수준 자회사들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면 중기 입장에서 자회사를 통해 추진하는 신사업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자회사들만 소송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관련 협·단체들에서도 상법개정안 시행 전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상법개정안은 차등의결권제도와 ‘포이즌필’(poison pill) 등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국내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경영권 옥죄기’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중기 경영권 방어에 위협적인 요소로 꼽았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며 “이는 검토 없이 무조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3%룰 역시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시행을 위해 제한을 완화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전자투표 의무화 역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주주들이 평균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기간은 코스피가 5.2개월이었다. 특히 중기 상장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경우 코스피의 절반 수준인 2.9개월에 불과했다. 중기에 투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이들에게 회사 경영을 위한 주주권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주주총회 결의방식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어려운 우리나라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게 현실적인지 의문스럽다”며 “전자투표 의무화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인데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역시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조건을 100%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팀장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할 경우 일본처럼 100% 자회사로 가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도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일한 실체로 볼 수 있는 경우 등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범위를 한정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 관계자도 “국회가 여야간 간보기로 상법개정안을 두고 힘겨루기를 할 때 모든 피해를 국내 중기들이 다 떠앉게 됐다”며 “국회가 경영투명화에 자신이 있다면 빈틈을 보완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책도 함께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