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스모킹 건(Smoking Gun), 막 연기가 피어오르는 권총만큼 살인의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시작된 이 표현은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 본격적으로 회자됐다.
당시 미국 의회가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있을 때 뉴욕타임스(NYT)는 “스모킹 건은 어디에 있나?”라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해임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메모가 ‘스모킹 건’으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이 일을 잘 못해서 해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불러 FBI의 러시아 내통 수사를 막으려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자신의 최측근 중 한명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수사에 대해 “수사를 끝내고 플린을 놔주는 것에 동의해주길 바란다.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코미 전 국장은 수사 종결 요구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플린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의 폭로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더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인터넷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코미 전 국장 측근의 말을 인용해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대부분 메모해 놓았다고 보도했다.
CNN도 한 소식통과의 인터뷰를 통해 “코미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너무 놀란 나머지 좋든 나쁘든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다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코미는 뭔가 중대한 일이 일어났다고 판단했으며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억을 남기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 메모를 FBI 동료들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어디서 추가로 뛰어나올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메모를 당장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메모 제이슨 차페츠(공화·유타)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위원회는 코미 메모가 존재한다면 입수할 것”이라며 “가급적 빨리 볼 필요가 있다. 제출을 요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원 정부감독위원회가 코미 전 국장의 메모 사본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코미 전 국장의 진술을 듣길 바란다”고 밝혔다.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공개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이날 오후 2시55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 급락한 2만661.95를 기록중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1.5% 하락한 2364.17에서 거래되고 있고,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나스닥 지수도 2.2% 급락한 6034.41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