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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강화에 줄줄이 발행 대기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이달 30일 9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지난 23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미달했다. 유효수요는 1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이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자산건전성 감독 기준인 RBC 비율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RBC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경영실태평가 등을 한 후 적기시정조치에 나선다.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9월말 기준 159.1%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고 있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가 모두 떠안는 구조이지만 앞으로 국내 발행 시장을 통한 추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10월에 임시이사회를 열어 MG손보에 대한 유상증자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견해차로 유보됐다. 새마을금고는 그간 MG손보의 경영개선을 위해 약 2600억원을 지원했지만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야 하자 내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흥국생명도 국내 시장서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타진했지만 금리가 맞지 않아 발행계획을 철회했다.
이달 29일 현대라이프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임시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번달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DB생명은 추가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
현대라이프는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에 유상증자를 요청했으나 증자 결정이 늦어지자 우선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 수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DB생명은 6월말 RBC비율 191.01%였으나 9월말 175%로 하락하면서 연이은 발행에 나서고 있다.
넘치는 발행물량 국내 수요 ‘미미’…지급여력 관리 ‘비상’
국내 발행시장에서 이들 보험사가 잇따라 쓴맛을 보는 것은 연이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면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져서다. 여기에 리스크가 높은 하이브리드 채권(신종자본증권)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줄줄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이브리드채권에 대한 연기금의 수요가 많지 않고 채권시장 큰 손인 보험사들은 하이브리드채권의 위험계수가 높아 투자를 꺼리고 있다. 결국 안정적인 채권투자 시장에서 리스크가 큰 하이브리드채권의 수요가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보험사가 RBC 규제를 맞추기 위해 연이은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에 물량이 넘쳐나고 있다”며 “수요는 크지 않다”며 “대주주 유상증자 등이 녹록지 않은 데다 국내 발행시장에서 물량을 받아줄 수요가 크지 않아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