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길이 줄이고 외국인 작곡하고…국악관현악 대중화 힘쓴다

관객 저변 고민 깊은 국악관현악
가을 맞아 개성 담은 공연 열려
다른 장르·악기 접목 등 변화 시도
"자연의 소리, 누구나 공감할 것"
  • 등록 2019-09-26 오전 6:00:00

    수정 2019-09-26 오전 6:00:00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내 연습실에서 ‘첫선음악회’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전통음악, 그중에서도 국악관현악은 대중화에 대한 고민이 깊다. 국악의 현대화를 위해 서양 오케스트라 편성을 국악기에 접목한 국악관현악은 클래식 못지않게 활발한 공연을 펼치고 있지만 대중화는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올 가을 보다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한 국악관현악의 도전과 변신이 이어져 눈길을 끈다. 1965년 창단한 첫 국악관현악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필두로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등이 개성 있는 콘셉트의 공연으로 국악관현악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뮤지컬·트롬본 더한 친숙한 국악관현악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제341회 정기연주회 ‘첫선음악회’에서는 뮤지컬·트럼본 등 다른 장르·악기와의 만남으로 친숙함을 더한 국악관현악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국악 창작 활성화와 대중화를 목표로 기획한 공연이었다. 황호준·강상구·이문석·이정호·강솔잎 등 5명 작곡가가 각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신곡의 초연 무대였다.

공연 하루 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내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연습실에서 박호성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을 만나 전통음악에서 국악관현악이 갖는 의미가 무언지 물었다. 박 단장은 “국악이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서양의 음악적 요소를 ‘우리화(化)’해서 동시대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시대의 국악’이 국악관현악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방문화와 마당문화 중심이었던 전통음악이 극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생겨난 것이 국악관현악으로 그동안 국악의 세계화와 국제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며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 한국적 정서를 담은 음악이기에 국악관현악은 한 번 들으면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창극·오페라·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황호준 작곡가는 국악관현악의 매력을 “자연의 소리”에서 찾았다. 황 작곡가는 “사람들이 소음 속에서 살며 감각이 둔해지다보니 음악 또한 점점 자극적이 돼가고 있다”며 “나무·돌 등 자연을 소재로 만든 국악기를 통해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의 소리를 전한다는 점에서 국악관현악만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공연 장면(사진=국립국악원).


◇젊은 세대 취향 맞춰 변화 가미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젊은 관객층 개발을 위한 연주회를 준비 중이다. 오는 10월 24일과 2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3분 관현악’이다.

기존 국악관현악 곡은 15분 내외의 다소 긴 연주곡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기존 곡들이 대중들이 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평균 연령 33세의 젊은 작곡가 10인이 3분 이내로 작곡한 신곡을 소개하는 무대다. 작곡가 김영상·김창환·김현섭·양승환·이고운·장민석·장석진·정수연·최덕렬·최지운 등이 참여한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짤방과 웹툰 등 ‘스낵 컬처’로 불리는 압축된 콘텐츠, 그리고 해시태그와 줄임말을 이용한 짧고 강렬한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젊은 관객과 결을 같이하는 작곡가들이 국악 관현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국악관현악에 매료된 해외 작곡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오는 27일과 28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여는 제98회 정기공연 ‘이면과 공감’이다. 국내 작곡가 이건용·이해식의 작품과 함께 해외 작곡가 에드먼드 캄피온·데이빗 에반 존스·제프 페어뱅크스가 작곡한 국악관현악곡을 연주한다.

국립국악원은 2017년 미국 현대음악 축제 ‘퍼시픽 림 뮤직 페스티벌’ 참여를 계기로 해외 음악인이 참여하는 국악관현악 레퍼토리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드림즈 오브 폴링’을 선보이는 데이빗 에반 존스는 “한국 문화와 악기를 점차적으로 배우면서 덜 통제하는 작곡의 지혜, 지식, 경험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대의 문화적 코드와 잘 호흡해야”

국악관현악은 사실 1965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창단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그만큼 전통음악 중에서는 현대적인 음악에 속한다. 80년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다소 침체돼 있는 분위기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만든 국악관현악은 최근 각 악단들이 정기연주회에만 집중하면서 관성에 빠졌고 창작보다는 익숙한 대중가요를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해 소개하는데 치중하다 보니 지금은 과거보다 대중적 파급력이 떨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송 평론가는 “국악관현악은 어떤 작곡가와 만나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기획이나 콘텐츠 등과 접목하는지에 따라 매번 변신할 수 있는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며 “이 시대의 문화적 코드를 잘 차용한 기획공연이 지금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면 다시 한 번 국악관현악의 르네상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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