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스태프 생계 걸려..'코로나'에도 끝까지 공연"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힘들지만 끝까지 할 겁니다. 우리 공연에 생계가 걸려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단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줄줄이 공연들이 취소· 연기되면서 공연계가 ‘셧다운(shutdown)’ 돼가는 상황. 하지만 엄 대표는 25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공연 중단이 일부 배우, 스태프들에게는 직업을 잃는 것과 같은 충격이 될 수 있다”며 “공연을 계속 끌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EMK뮤지컬컴퍼니는 현재 뮤지컬 ‘레베카’(충무아트센터 대극장)와 ‘웃는남자’(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를 공연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이 회사의 대표 레퍼토리로, 개막과 함께 전 회차 매진급 티켓 파워를 보인 공연들이다. 최근까지도 인터파크(108790) 기준 뮤지컬 부문 예매율 1, 2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이번 주부터는 겁에 질린 예매자들이 취소 표를 쏟아냈다.

공연 중단 여부를 고민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흥행을 확신했고 실제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던 공연들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엄 대표는 배우와 스태프 등을 모아 공연 지속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 후 그가 내린 결론은 ‘고’(Go)였다.

엄 대표는 “계산기를 두드리면 공연을 안 하는 것이 맞을 수 있지만,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배우, 스태프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나에게) ‘고’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주·조연급 배우와 앙상블은 물론, 음향·영상·조명·소품·영상 등 100여 명 이상이 달라붙어 작업을 하는데 공연 ‘스톱’(Stop)은 이들에게 ‘실직 선고’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그들 중에는 한 가정의 가장도 있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있다.

일단 ‘고’를 외쳤지만, 엄 대표의 속은 타들어간다. 두 작품의 남아 있는 공연을 마무리 짓는다 해도 ‘레베카’의 지방 투어, 뮤지컬 ‘모차르트’의 6월 공연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당장 ‘레베카’는 3월부터 5월까지 울산·대전·천안·여수·전주·광주·성남·김해·부산 등의 지방 공연이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영남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방 공연장들의 휴관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모차르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예정된 6월 개막을 위해선 늦어도 4월 중순부터 배우들이 연습에 들어가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어 연습이 제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연습 기간이 줄어드는 만큼 공연의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엄 대표는 “공연제작사들에 정말 힘든 시기가 도래했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공연제작사들의 재무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