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마켓워치]<15>中당국은 왜 증시에 브레이크 밟았나

`5200에서 2900대로`…5년 전 中증시 급락의 악몽
최근 한달간 16% 급등한 상하이지수…당국 급제동
빠른 경기회복에 젊은 개인투자자 매수까지 가세해
돈 풀기 멈춘 인민銀, 주식대출 경고에 지분 매각도
낮은 PER에 재정부양 기대…하락보단 안정세로
  • 등록 2020-07-11 오전 7:35:00

    수정 2020-07-11 오전 9:03:30

상하이증권거래소 전경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5년 전입니다. 2015년 6월12일 중국 주식시장 대표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5178.19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치를 찍습니다. 그러다 주말을 지난 뒤 월요일인 15일부터 지수는 별다른 이유없이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두 달 보름 쯤 지난 8월25일 지수는 3000선마저 지키지 못하고 2000대로 무너집니다. 특히 급락이 절정을 이룬 8월24일에는 하루 증발한 시가총액이 무려 730조원에 이르렀습니다.

2014년말부터 시작된 중국 증시랠리의 시작은 2014년 11월에 있었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였습니다. 무려 2년 4개월만에 단행된 이 조치는 2015년까지 이어진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공격적 통화완화 사이클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이렇게 유동성으로 덕에 중국 은행들은 대규모 자금들을 시중에 쏟아 부었고, 증권사들도 개인투자자에게 마구잡이 식으로 신용융자를 제공하며 증시 붐을 초래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14년 1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을 단행하면서 그 해 하반기부터 미 달러화는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당시 경쟁국 통화에 비해서도 매우 고평가돼 있던 중국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하반기까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추이


그러나 계속된 통화부양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당시엔 마지노선처럼 여겨지던 7% 성장이 불확실해졌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러다보니 인민은행은 2015년 들어서면서 더 빠르게 통화완화에 나섰고 급기야 2월부터는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평가절하)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행보를 보입니다. 그리고 그 해 8월11일부터 사흘간 무려 5%에 육박하는 위안화 절하에 나서며 `글로벌 환율전쟁`의 불씨를 당깁니다.

그리고 그 이후 상황은 다들 아실 겁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에 지정하겠다`며 압박에 나섰고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위안화 추락에 베팅하며 절하를 가속화시킵니다. 2014년에 `1달러=6위안`까지 갔던 위안화는 이제 `1달러=7위안`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갔습니다. 해외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자금을 빼내려 했고, 중국인들까지 홍콩으로 자금을 옮겨가려 했습니다. 이렇게 중국 증시 하락은 피크를 치게 됩니다.

5년 전 얘기를 이처럼 장황하게 한 건, 당시 그 사건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중국 투자자들이나 중국 당국에게 얼마나 큰 트라우마였는지를 상기시키기 위한 겁니다.

“주식 투자는 빠름을 추구하지 않고 안정을 추구한다”, “중국 증시에서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강세장이 나타날 조건이 차츰 성숙해지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증권보를 위시한 관영 증권일간지 1면에 등장하는 기사들의 제목입니다. 요즘 중국 증시 자체가 워낙 강한 상승랠리를 보이고 있다 보니 저처럼 2015년의 증시 버블 붕괴를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많을 텐데요. 이런 악몽이 얼마나 컸던지, 중국 당국 역시 관영매체들까지 동원하며 이런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화한 중국증시 상승랠리는 뜨거웠습니다. 정확히 한 달 전만 해도 2900선 언저리였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9월 3456선까지 올랐습니다. 한 달간 16%가 뛴 겁니다. 올 1월1일 시초가에 비해서도 11% 가까이 올라와 있습니다. 자국통화 가치 변동을 상쇄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국가별 지수로 봐도, 중국증시는 올 들어서만 12.4% 뛰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잘 나가는 미국증시가 2% 가까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분위기가 좋은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일본은 6% 하락했고 서유럽은 11%, 중동은 21%, 동유럽은 23%, 라틴아메리카는 33% 하락했습니다.

올들어 7월 초까지 주요 지역별 주가지수 등락률 비교


중국증시가 이처럼 잘 나가는 건,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먼저 얻어 맞은 만큼 상대적으로 경기 회복 모멘텀이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에 사상 최저인 35.7을 찍었지만, 3월에 곧바로 50선을 회복한 뒤 넉 달째 50선을 넘으며 제조업 경기 확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업 PMI는 58선까지 올라가며 2010년 이후 5년여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와 통화당국인 인민은행이 꾸준히 부양기조를 유지해주고 있어 시장 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는 점도 호재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 어제 공개된 1~6월 누적 은행권 신규대출은 12조900억위안(원화 약 207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이 덕에 광의의 통화량을 뜻한 M2는 작년보다 11% 이상 불어났습니다.

아울러 우리 `동학개미`나 미국 `로빈후드 투자자`에 비견되는 `바링허우(80년대생)`와 `주링허우(90년대생)` 같은 젊은 투자자들이 증시에 새롭게 유입되며 수급을 이끄는 주도세력이 되고 있습니다. 자본통제로 인해 투자수단이 제한돼 있는데다 그동안 인기를 끌던 온라인 금융투자상품들이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하면서 개인들을 증시 직접투자로 이끌고 있는 겁니다. 특히 이들 젊은 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진 잉여자산을 증시에 아낌없이 털어 넣고, 투기 기회가 생길 때 빚을 내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때문에 최근 중국 증권사들의 트레이딩 앱에 문제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대형 증권사인 후아타이증권과 구오타이주난증권 등이 앱 시세조회 지연과 거래 지연 및 접속 불안 등으로 투자자 불만을 낳았고, 일부는 소송전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결국 버블의 징후가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자자들의 공격적인 거래 탓에 이번주 들어 중국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하루 3조2000억위안(원화 약 545조원)에 이르러 2015년 증시 버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빚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도 늘어 7일 현재 신용융자 잔고가 1조2000억위안을 넘어섰습니다. 이 역시 2015년 이후 최대규모입니다.

중국 본토지수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도 버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흔히 `A-H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지표인데요, 현재 A지수는 홍콩 H지수에 비해 3분의1 이상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입니다. 이는 지난 2015년 고점이던 50%에는 못 미치지만, 역사적 평균인 25% 수준을 웃돌고 있는 겁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도하는 H지수에 비해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절대적인 A지수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에 중국 당국도 칼을 빼들었습니다. 인민은행은 7월부터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지난 9일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나서 증권사들의 불법적인 주식 신용융자나 담보대출에 경고를 가했습니다. 그리고 전날 급기야 `중국의 국민연금`으로 불리는 전국사회보장기금과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기업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인민보험(PICC)과 후이딩과기, 베이더우싱퉁, 아오메이의료 등 금융과 IT, 바이오주 등이 그 대상으로, 이들 기업 주가는 매각 소식에 급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중국 당국이 밟은 브레이크가 달리던 차를 멈춰 세울 것인지, 아니면 과속하던 차를 보다 안정적으로 계속 달릴 수 있게 해줄 것인지 하는 점입니다.

비관론자들은 중국 경제지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재유행이 차츰 현실화하면서 앞으로 회복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올들어 19%나 줄었던 중국 기업들의 순이익 전망치가 의미있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로 꼽힙니다.

아울러 중국 국채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힙니다. 중국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지난 한 주에만 20bp나 뛰면서 2016년 12월 이후 3년 7개월여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주가 랠리가 가팔라지면서 안전자산 매력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증시 버블 우려에 인민은행이 유동성 지원을 멈춘 것이 채권시장에 악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채금리가 뛰면 개인이나 기업, 지방정부 등의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는 경제에도 악영향이 될 수 있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 PER 추이


게다가 수급상으로도 연기금이 보유주식을 내다 팔고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단기 조정이 신용융자를 받은 개인들의 반대매매를 끌어내 시장 조정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증시가 활황이다 보니 신규 상장(IPO)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실제 7월 들어서만 신규 상장물량만 1200조원에 이르고 있어서 물량공급 확대라는 또다른 부담요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중국증시가 다시 추락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입니다. 관영매체들까지 나서서 `건강한 강세장`을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 급등은 물론이고 향후 있을 지 모르는 급락까지 막으려 중국 당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 2015년의 교훈 탓에 당국의 시장관리 능력도 강화됐습니다. 아울러 최근 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시장 밸류에이션은 높지 않습니다. 현재 상하이종합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4배인데, 이는 25배에 이르렀던 2015년 당시나 27배에 이르는 뉴욕증시에 비해서도 안정적인 수준입니다.

또 인민은행이 돈 풀기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지난 양회 이후 중국 정부의 재정부양이 본격화할 예정이라 그리 큰 우려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2015년 당시 중국 증시 붕괴의 배후에 위안화 가치 하락이 있었다면, 지난달까지 `1달러=7.2위안`을 찍으며 불안감을 조성했던 위안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며 6위안대 회복을 타진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 죽고 너 죽기`식의 중국 때리기만 표면화하지 않는다면 큰 불안요소가 되지 않을 듯 합니다.

이뿐 아니라 30년 만에 이뤄지는 상하이종합지수 지수 개편에 따라 코로나 시대에 수혜가 예상되는 하이테크 주식들이 지수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중장기적인 시장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건스탠리는 향후 12개월 내 중국 CSI300지수 목표치를 5360선까지 높여 잡았습니다. 현 지수대비 13%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긴데요. 모건스탠리의 낙관적인 전망이 적중할 것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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