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life]영업비밀 유출로 고소당한 직원 무죄 판결 받은 이유

영업비밀이라는 표시나 고지해야 유출시 책임 물을 수 있어
  • 등록 2018-12-08 오전 6:00:00

    수정 2018-12-08 오전 6:00:00

[김형준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빼돌렸다며 손실액이 몇 천억이네 몇 조네 하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그런데 한참 지나보면 해당 직원은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풀려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직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이메일 등에서 회사 자료가 나왔다는 이유로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단계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기도 한다. 직원은 해당 자료에 근거해 기소가 되고 본안재판 시작 전 구속되기도 한다. 고소한 회사는 여러 방법을 통해 직원을 압박한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은 특정 기업정보가 법률상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하고(비공지성)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고 있어야 하며(비밀관리) △그러한 비밀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여야 한다(유용성)등을 요건으로 삼는다.

많은 사건에서 피고인은 회사의 비밀관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받기도 한다. 판례를 통해 비밀관리가 어느 정도에 해당해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자.

2011년 7월 대법원 판결(2009다12528)을 보면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많은 사건의 경우 회사에선 영업비밀 관련 규정을 두고 이에 대해 보안 서약서를 징구했다는 것을 근거로 영업비밀 관리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 볼 수 있듯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나 고지를 하고 정보 접근 대상자를 제한하며 대상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해야 영업비밀 관리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회사가 해당 직원에게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고지하거나 표시하지 않고, 해당 직원에게서 자료가 나왔다는 것만으론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2010년 6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2009가합41286)에선 △해당 사건 영업자료가 비밀로 분류됐거나 영업자료에 그와 같은 표시가 됐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원고(회사)가 문서를 자료·문서·도면·사진으로 구분해 대외비로 관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영업자료에 관해선 어떻게 분류 및 관리했는지 밝히지 못하는 점 △서약서상 기밀유지조항은 원고가 직원들에게 일반적·추상적 기밀유지의무를 부과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춰 이 같은 인정사실만으론 원고가 영업자료를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관리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해 영업비밀성을 부정했다.

즉 이 판결에 따르면 단순히 서약서상 기밀유지 조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회사가 해당 자료를 비밀로 분류하고 이를 표시하며 분류와 관리 체계가 존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인 비밀관리를 해야 이에 근거해 영업비밀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건에선 회사가 단지 영업비밀서약서를 징구했고 이에 대한 교육을 했다는 것만으로 영업비밀 관리를 다했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영업비밀 관리와 관련해 추상적인 비밀관리 의무 부과만으론 부족하고 회사가 이 같이 구체적인 보호조치를 다 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른 사건에 비해 영업비밀 침해 사건은 무죄율이 높은 편이다. 직원 입장에선 자신이 영업비밀이라고 인식하지도 못한 자료가 자신의 컴퓨터 등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형사벌을 받는 것은 매우 억울한 상황일 수 있다.

회사의 입장에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생성한 자료가 영업비밀이라는 표시나 고지를 하지 않아 대외적으로 유출되고도 처벌을 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평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는 위 판결에서 적시한 영업비밀 관리의무를 다 해야 회사도 직원도 서로 납득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형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5기 △성동구 고문변호사 △법제처 국민법제관 △행정자치부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행정법 전문 변호사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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