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꽁꽁' 언 얼음 위, 짜릿한 손맛…'겨울'을 낚다

강원도 평창에서 송어를 낚다
  • 등록 2019-01-18 오전 6:00:01

    수정 2019-01-18 오전 6:00:01

평창송어축제장에서 얼음낚시 중인 어린이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송어는 민물에서 부화해 바다로 나가 자란다. 그리고 다시 민물로 돌아와 산란한다. 여기에 송어는 냉수성 어종이다. 수온이 낮을수록 좋다. 바다와 통하고, 수온이 찬 곳이 제격이다. 이런 이유로 강원도 평창은 송어가 우리 땅에서 터를 잡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평창은 대관령을 품은 고장이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대관령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설지역이다. 전체 면적의 60% 이상이 해발 700m가 넘는 고지대다. 산이 높으니 계곡 역시 깊다. 오대산 자락의 산악지대 뿐 아니라 평창 남부의 평창강과 동강 등을 품었다. 한여름에도 발을 오래 담그지 못할 정도로 계곡물이 차다. 여기에 오물 하나 없는 맑아 송어 맛이 깨끗하다. 송어 하면 평창을 떠올리게 된 이유다.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평창송어축제.


◇국내 최초로 송어양식장이 들어서다

평창송어축제장 얼음낚시터에서 송어를 낚아올린 강태공
겨울철이면 강원도 평창은 송어 축제로 분주하다. 축제장에만 매년 50만명 정도의 인파가 몰린다. 올해는 KTX 동해안선 개통으로 역대 최대 방문객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작은 중소도시 인구가 오대천 얼음 위에서 겨울을 낚는 셈이다.

축제는 오대천에서 열리고 있지만, 평창 송어는 대부분 동강 자락에서 키운다. 1964년 우리나라 최초로 송어양식장이 들어선 곳이다. 양어장에는 차갑고 맑은 평창 계곡물로 송어를 키운다. 이 물에서 송어는 기름지고, 차진 육질을 채워간다. 사실 평창 양식 송어는 토종이 아니다. 수입산이다. 정확한 학명은 ‘무지개송어’.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알래스카·러시아 등이다. 송어류 중에 환경 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종이 바로 무지개송어다. 맛도 좋아 일찍부터 양식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 크게 퍼져 있다. 무지개송어라 불리는 이유는 성어가 되면 붉은색으로 옆줄이 생기는데, 비스듬히 보면 무지갯빛이 보여 얻은 이름이다. 어류학자인 정석조 씨가 미국에서 이 무지개송어 양식 현장을 보고, 강원도에서 해볼 만한 양식 어종이라 여겨 수정된 알을 가져온 것이 평창 송어의 시작이다.

이 땅에도 토종 송어가 있었다. ‘세종실록’은 송어를 ‘함경도 지방의 토산물’로 소개하고 있고, ‘난호어목지’에는 ‘연어와 비슷하나 더 맛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함경도 바다에서 태어나 오뉴월이면 떼를 지어 강줄기를 타고 산골 시내 석벽에 올라가 소나무에 몸을 비벼 떨어진다’며 ‘몸에서 소나무 향이 난다고 송어’라고 했다. 그러나 토종 송어는 매우 귀하다. 어류학자도 보기 어려울 정도다. 토종 송어가 거의 없어지면서, 무지개송어가 토종 송어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무지개송어의 장점은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맛있는 철은 겨울에서 봄까지. 이때가 살이 단단하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또 만 1년 된 무지개송어가 가장 맛있다. 이를 ‘햇송어’라 한다. 봄을 넘기고 2년째 접어들면서 암수 성징이 나타난 무지개송어는 ‘묵은송어’라고 한다. 이 ‘묵은송어’는 맛이 덜해 낚시터 등에 ‘레저용’으로 내보낸다. 양어장에서는 1년짜리 햇송어를 겨울 외 계절에도 확보하기 위해 가을과 봄에 수정란을 확보하기도 하는데, 제철 겨울 수정란을 ‘동란’, 봄의 것을 ‘춘란’, 가을것을 ‘추란’이라 한다. 그리니 같은 1년짜리 ‘햇송어’라 하더라도 동란의 무지개송어가 가장 맛있다. 평창에서 한겨울에 ‘송어 축제’를 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평창송어축제장에서 얼음낚시로 송어를 잡고 있는 어린이


◇ 요령만 알면 나도 ‘낚시왕’

평창송어축제장 얼음낚시터에는 무지개송어를 직접 낚아올릴 수 있다.
평창송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얼음낚시다. 축제장 중심부에 뚫린 수천개의 얼음 구멍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조사가 축제장에서 쓰는 건 견지낚싯대다. 축제장 주변에서 낚싯줄과 인조 미끼(루어)까지 포함해 4000~5000원에 살 수 있다.

낚시 요령은 간단하다. 우선 낚싯대에 묶인 루어를 얼음 구멍 속으로 풀어 넣는다. 루어가 바닥에 닿는 걸 눈으로 확인한 뒤, 루어를 바닥에서 30~40㎝ 높이까지 들어 올린다.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 지점이 송어가 유영하는 수심층이다. 이 높이에서 고패질을 시작한다. 송어를 유혹하는 핵심 동작이다. 때론 격하게, 때론 부드럽게 루어를 움직여 살아 있는 미끼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축제 관계자는 중심부보다 가장자리 쪽의 조과가 좋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송어 방류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주최 측에서는 하루 서너 차례 축제장에 송어를 방류한다.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1~2회 더 방류한다. 이때를 놓쳐선 안 된다. 또 하나의 고려사항은 ‘시간대’다. 송어 등 냉수성 어종들은 오전 일찍과 저물녘에 식욕이 왕성하다. 따라서 오전 일찍 또는 오후 늦게 공략해야 손맛을 볼 확률이 높아진다. 송어는 수온이 7~13℃에서 자란다. 따라서 날씨가 따뜻한 날 더 잘 잡힌다. 오전 10~11시대, 오후 3~5시 사이에 입질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선자령 정상에서 바라본 일몰과 풍력 발전기


온종일 낚시만 해서는 지치기 십상이다. 게다가 빈작을 거둔 관광객의 경우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이럴 때는 주변 관광지에 관심을 둘러보자. 송어 축제장에는 다양한 놀이공간을 조성해 두었다. 썰매, 봅슬레이, 스케이트 등 얼음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모두 있다.

양떼목장은 대관령 옛길의 옛 대관령 휴게소, 그 뒤편에 펼쳐진 산등성이에 자리하고 있다. 겨울에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은 색다른 풍경이 무척 이국적이다. 단, 대관령 날씨는 변덕스러우니 미리 날씨를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송천 일원에는 평창의 또 다른 겨울 대표 축제인 ‘대관령 눈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물을 본뜬 초대형 눈 조각과 캐릭터 눈 조각 전시, 눈사람 공원 등 겨울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알몸마라톤대회, 컬러풀 눈동산 포토존, 구이터, 바비큐 푸드 등 즐길 거리도 많다.

평창송어양식장의 송어회


◇여행메모

△가는길= 서울~강릉 간 고속열차(KTX) 동해선 개통으로 가는 길이 편해졌다. 평창에는 평창역과 진부역이 있는데, 평창송어축제장으로 간다면 진부역에서 내려야 한다.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중부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 갈아타고 강릉 방면으로 향하다 진부나들목에서 빠져나가면 축제장까지 3분 거리다.

△잠잘곳= 최근 평창에 숙박 시설들이 대거 들어섰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산이다. 최신 시설을 갖춘 리조트와 호텔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다양한 가격대로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관령면에도 ‘호텔 더 마루’나 ‘라마다 평창 호텔&스위트’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 등도 인근에 있다.

△먹을곳= 먹거리촌에서 싱싱한 송어회와 화로구이를 즉석에서 요리해 맛볼 수 있다. 또 전문식당가에서는 송어 피자, 송어 토띠아, 송어 탕수육 등 다양한 퓨전 송어 요리들도 즐길 수 있다. 용평면 무지개송어횟집은 평창에서도 숨은 맛집이다. 각종 채소와 참기름, 초장에 콩가루와 들깻가루 등을 송어회와 섞어 비벼 먹는다. 송어튀김도 별미다. 이외에도 평창에는 송어 전문점이 꽤 많다. 평창읍 평강송어횟집, 방림송어횟집, 미탄면 강원수산, 방림면 광천송어횟집 등이 유명하다.

선자령 정상에 있는 풍력발전기. 드넓은 초지 위에 들어선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