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와글와글]계파인정한 與정진석, ‘신의 한 수’일까

  • 등록 2016-05-28 오전 8:11:25

    수정 2016-05-28 오전 8:11:25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 ⓒ연합뉴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계파는 타파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니까 균형 잡힌 인선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20일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1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가 파행되고 당내 중진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 직후입니다. 앞서 전국위에서 비박근혜계인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와 다수 비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비대위 인선안 의결을 하려고 했었는데 친박계의 대거 불참에 무산됐죠.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된 이후 늘 “계파는 없다”는 스탠스를 취한 당이 이날 공식적으로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비대위 인적 구성에 있어서 계파 안배를 하겠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위원장을 제외한 10명의 비대위원을 뽑으면 친박과 비박을 5대 5로 똑같이 나누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 원내대표 임의로 계파를 나눌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한 쪽에서 또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죠. 이날도 구체적인 결정은 없었습니다. 어떤 성격의 비대위를 구성할지, 비대위원장은 정 원내대표가 겸임할지 외부인사를 영입할지 이 모든 결정권은 정 원내대표에게 넘어갔죠.

꼬박 일주일째인 24일 정 원내대표는 오전까지만 해도 ‘비대위원장은 어느 분으로 정했느냐’는 질문에 “시간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또 이런 말을 남기죠. “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있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어떤 영국의 정치인이 말했는데 제가 중심에 서겠다”고요. 무슨 말인지 아리송했습니다. 기술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건지 위험을 떠안겠다는 건지, 위험은 어떤 위험을 말하는지 말이죠.

오후가 되자, 정 원내대표는 각각 비박계와 친박계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과의 회동 소식을 전합니다.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고 비대위원장은 외부영입 인사로 하겠다고 했었죠. 그런데 사실 정 원내대표는 3자 회동을 한날 비대위원장직으로 내정한 김희옥 내정자를 만나 “당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계파 수장들과 이미 모든 결정을 다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보면 양 계파 수장을 만나 중간에서 중재한 역할을 한 것이니 기술적 중립은 지킨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계파부정’에서 ‘계파인정’으로 정 원내대표의 입장도 바뀐 셈이죠. 정우택 의원은 “정 원내대표 스스로 친박과 비박 얘기를 하지 말자고 해놓고는 기득권을 더욱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풀리지 않는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중도의 길을 갔을 때의 ‘위험’인데 어떤 위험을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정 원내대표는 “두 분이 (각 계파의) 대주주 역할을 해왔던 분이니까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시라. 총선 책임론이 나오면 받아들이라는 주문을 강력하게 했다”며 “비대위원이든 위원장이든 내가 하고 싶은 사람을 하자고 하면 또 독선과 독단이라며 저항이 있을 테니 두 분에게 의견 좀 내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독선과 독단”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요. 그러면 이 위험은 중도의 길을 걷겠다는 정 원내대표 자신의 위험만 제거한 것이 됩니다.

다만 총선패배의 원인이 계파와 파벌주의에 있었는데 이를 인정했으니 국민의 신뢰를 두 번 잃을 수 있는 위험은 계속 남아 있는 것이죠. 물론 계파타파라는 혁신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고육책이지만 현실을 택한” 그의 선택은 박수받을 겁니다. 계파 수장을 끌어들여 당내 갈등을 진압함과 동시에 계파를 타파했으니 신의 한 수인 셈이니까요. 이제 관심은 김 내정자에게 쏠렸습니다. 그가 ‘혁신’ 비대위원장이 될지는 지켜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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