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공원에 울고 웃는 상가시장

'서울로 7017' 20일 개장… 중림동 상권 들썩
젊은 창업자들 몰리며 까페·이색음식점 즐비
중림동 80㎡ 상가 월세 올초 보다 30%나 증가
서계동 봉제공장 상인 고가폐쇄로 생존권 위협
일감 운행 비용 늘어 1년새 상인 3분의 1 떠나
염천교 수제화거리 상인들도 매출 급감해 울상
  • 등록 2017-05-19 오전 5:00:00

    수정 2017-05-19 오전 5:00:00

[이데일리 원다연 김기덕 기자] 지난 12일 정오에 찾은 서울역 뒤편 중구 중리단길(중림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5번 출구로 나와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의 초입까지 7~8분 남짓 걷는 동안 수제맥주를 파는 펍(Pub)에서 울리는 음악과 마무리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인 까페에서 나오는 공구 소리가 귀를 울렸다.

서울 중심가에 있지만 낡은 기와집이 즐비하고 상권이래야 오래된 기사식당·이발소·해장국집 등이 전부였던 중림동이 확 바뀌고 있다. 서울 7017 개장을 앞두고 낮은 임대료와 역세권 등의 장점을 두루 갖춘 이 지역에는 최근 1년 새 젊은 창업자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까페와 미용실, 이색 음식점 등이 포진한 새로운 문화거리로 옷을 갈아입었다. 중림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역 고가 철거가 시작된 지난 2015년 12월 이후 1년 6개월 새 상권이 확 바꿨다”며 “중림동 고가도로 초입구에 있던 상가의 경우 서울역 고가공원 개장으로 유동인구가 더 많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보증금이 올해 초에 비해 최대 2배로 오르고 월세도 30%나 비싸졌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매물 없어서 못 팔아요”… 새 옷 갈아입는 중리단길 상권

국내 첫 고가 보행길인 ‘서울로 7017’ 개장이 20일로 성큼 다가오면서 중구 중림·만리동 일대 주변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회현동 남대문시장에서 고가공원 종점부로 연결되는 중림동 일대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상권이 생겨나면서 주변 유동인구를 끌어모으고 있다. 중림 대로변 뿐만 아니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중림동 골목길 사이사이에 들어서 있는 카페와 미용실, 이색 음식점 등은 젊은층 사이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입소문을 타면서 핵심 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림동 자연과인간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중림로에 까페 등이 들어설 때는 반신반의한 분위기가 많았지만 최근 1년 새 이 같은 신규 업종이 자리를 잡자 추가로 진입하려는 매수자가 늘면서 이제는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도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크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림로 일대 복수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역 고가공원과 이어지는 중림로 초입의 전용면적 80㎡ 안팎의 1층 상가는 임대료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50만원 정도였다. 중림동 디오빌공인 관계자는 “현재 중림로 일대 웬만한 상가의 권리금은 지난해보다 2배 가량 오른 7000만원 이상에 형성돼 있다”며 “임대료는 권리금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1.5배 안팎으로 올랐는데도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만리동도 마찬가지다. 서울역 고가공원과 가까운 곳에 아파트 1500여 가구가 내년 1월까지 입주할 예정이어서 단지 주변으로 상가들이 모여들고 점포 몸값(매맷값과 임대료)도 두배 가량 껑충 뛰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서울로 7017의 직접적인 수혜지역으로 떠오른 중림동과 만리동 일대 상권은 과거 청계천·서대문 등 고가차도 철거 후 상황을 보면 앞으로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며 “이번 고가공원 조성은 단순 정비를 넘어 직접적인 유동인구 유입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철거 이상의 가치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고가 보행로인 ‘서울로 7017’ 개장(20일)을 앞두고 서울 중구 중림·만리동 일대 상가 몸값이 치솟고 있다. 서울역 뒤편 ‘중리단길’(중림동과 경리단길 합성어)에는 예전에 없던 까페와 펍(Pub)등이 속속 생겨나면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원다연 기자
◇차량 통행 막힌 봉제·수제화거리 ‘울상’…상인 3분의 1 떠나

중림·만리동과 달리 같은 서울역 고가를 가운데 두고 남쪽에 있는 서계·청파동 일대와 염천교 주변 상권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서계동 봉제거리 상인들은 서울로 7017 개통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서계동 일대 다세대주택 사이 사이로는 2000여개에 달하는 소규모 봉제공장이 모여 있다. 이들은 일감을 받아 동대문시장까지 당일에 싣어 날라야 하지만 서울역 고가가 폐쇄되면서 운행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서계동에서 10년째 소규모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호씨는 “서울역 고가를 이용하면 10분이면 동대문으로 이동이 가능했는데 폐쇄 이후에는 운행 시간이 배 이상으로 늘었고 일감도 크게 줄었다”며 “견디다 못한 상인들이 신당동 쪽으로 옮겨갔는데 1년 새 떠난 상인이 전체의 30%가 넘는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염천교 수제화거리 상인들에게도 서울로 7017 개통은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소매상이나 개인 고객이 갓길에 주차를 하고 물건을 사가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는데 고가 폐쇄로 우회로인 염천교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수제화 거리 앞에 차를 세우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수제화 거리에 상점을 소유한 미래제화 권기호 대표는 “거리 앞으로 차를 세우지 못하게 되면서 매출이 예전보다 30~40% 떨어지며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서울로 개장에 맞춰 상인들과 함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에 항의 의사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염천교 수제화거리는 서울역 고가 폐쇄 이후 거리 앞으로 차량 통행량이 크게 늘면서 손님들의 차량 주·정차가 불가능해져 매출이 예전보다 30~40% 수준으로 감소했다. 원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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