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 2인자들의 몰락과 유시민의 재등장

모든 정치인의 꿈은 대통령…대선 패배 이후 5년 후 재기 반복
與 안희정·이재명 野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정치적 재기 ‘불투명’
與野 차기지형 유동적…절대강자 없는 도토리키재기 게임
유시민, 장외블루칩 등장 정치재개 부인에도 차기지형 요동
  • 등록 2019-01-07 오전 6:00:00

    수정 2019-01-08 오후 3:43:33

‘유시민의 알릴레오’ 티저 영상 (이미지=알릴레오 영상 캡처)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대통령은 꿈꾼다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당선을 코앞에 두고도 미끄러진 정치인이 있습니다. 반대로 하기 싫다고 끝까지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시대가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밀어올리기도 합니다.”

모든 정치인의 꿈은 어찌 보면 ‘대통령’입니다. 현실은 냉정합니다. 87년 대선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7명의 정치인들만이 꿈을 이뤘습니다. 대권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어부지리·3당합당·정계은퇴·후보교체·허수아비 등등 온갖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오뚝이처럼 일어서 대권을 거머쥐었습니다.

모든 정치기사의 종착역은 ‘대선’입니다. 헌법상 삼권분립에도 막강한 대통령 권력 탓에 최대 관심사는 ‘과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차기구도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2인자들의 완전 몰락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등장입니다.

5년 단임제 특성에 되풀이되는 패턴…“대선 본선·경선 패자가 차기 대선 절대 강자”

87년 이후 대선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보통 대선 예선·본선에서 고배를 마신 정치인들이 차기대선에서 절대강자로 부상하는 현상입니다. 대선 패배 이후 와신상담 끝에 권토중래하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87년 대선에서 단일화 실패로 역사의 죄인이 됐던 양김은 92년과 97년 대선에서 차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순서의 차이만 있었지 두 사람의 대통령 등극은 예정된 부분이었습니다. 민주화운동 등 오랜 정치활동을 거쳐 만들어진 강력한 지지층과 영남·호남이라는 탄탄한 지역적 기반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3김 시대 이후에도 이회창 전 총재,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습니다. 단 한 번의 도전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매우 예외적입니다.

92년 대선 이후 YS는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고 DJ는 눈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DJ는 97년 대선에서 꿈에 그리던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97년 대선에서 패배했던 이회창 전 총재는 2002년 대선 직전까지 압도적인 대세론을 누렸습니다. 차기 대통령을 예약했다는 표현까지 나왔지만 막판 단일화 변수에 고배를 마셨습니다. 한국정치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MB정부 내내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렸던 대체불가 차기주자였습니다. 결국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2012년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참여정부 이후 인물난에 시달렸던 진보진영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안철수라는 정권교체의 기대주를 영입합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협력과 결별을 되풀이했던 두 사람은 2017년 대선에서 최대 라이벌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의 실패를 딛고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안희정·이재명·홍준표·안철수·유승민의 몰락…“사실상 회복불능의 상태”

대선이 막을 내리면 곧바로 차기대선 스타트입니다. 2022년 대선의 유력주자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겨뤘던 여야의 2인자들입니다. 안희정·이재명 vs 홍준표·안철수·유승민의 대결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진보주자로는 드물게 보수로의 폭넓은 확장성이 강점이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진보적 선명성을 무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애초 대선비용 보전 기준선인 득표율 15%로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도 2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을 허물고 일대일 구도를 만들며 대선전을 뒤흔들기도 했습니다.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는 대선참패에도 ‘개혁보수’라는 씨앗을 남겼습니다.

현재 5명의 정치인들의 차기도전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계승자 또는 대항마로의 자리매김은 고사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사실상 회복불능 상태입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각종 스캔들 여파로 재기가 불투명합니다. 야권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선 패배 후 조기등판에 나섰던 홍준표·안철수·유승민은 완전 몰락했습니다. 차기 도전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던 기회였던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대참패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87년 대선 패배 이후 YS·DJ가 88년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MB정부 말기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과반 확보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싹쓸이를 바탕으로 원내 1당으로 올라서면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과 대비됩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최근 유튜브 방송으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한계가 뚜렷합니다. 태극기부대야 잡을 수 있겠지만 외연확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는지를 참고해야 합니다. 독일에서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는 ‘대략 난감’입니다. 양당구조 극복을 다짐한 정치실험은 실패했습니다. 정치적 터전인 바른미래당은 풍전등화의 상황입니다.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정치생명은 아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유승민 전 대표도 진퇴양난입니다. ‘한국당 복당’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지만 명분이 없습니다. 보수대통합을 위해 결단해도 가시밭길 또는 토사구팽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모두 차기 총선에서 선전해야 돌파구를 열 수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의 상대적 강세, 보수분열 구조, 소선구제 유지 전망을 고려하면 쉽지 않습니다.

차기구도, 절대강자 없는 도토리키재기…히든카드, 내년 총선 이후 등장

여야의 차기구도는 절대 강자가 없는 ‘도토리키재기’ 수준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모두 여론조사상 우위에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차기 대선을 뒤흔들 히든카드는 오히려 내년 총선 이후 혜성처럼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목할 점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등장입니다. 새해 차기조사에서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더니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만루홈런을 날렸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계승자라는 정치적 자산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는 재승박덕 이미지의 희석과 TV출연을 통한 대중적 인기 △여권 내부의 변화된 차기지형은 ‘유시민 대망론’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오래 전인 2013년 2월 정계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현실정치보다는 지식소매상·어용지식인으로 행복한 일상을 갈구해왔습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에 따른 정치재개 관측에도 “공직선거 출마는 다시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치에 100%는 없습니다. 여야의 전략가들은 ‘유시민 등판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유시민이 아니면 차기가 어렵다’는 환경이면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정의당 탈당을 공개했습니다. ‘정치와 더 멀어지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과도한 해석일 수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민주당 입당의 장애물이 제거된 셈입니다. 유 이사장이 차기구도에 올라타면 ‘정계은퇴 논란’은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참여정부 주도세력은 보수와의 전투에서 DJ노선이 아닌 제3의 대안을 고민한 그룹입니다. 2007년 대선참패 이후 대다수는 한계를 인정하고 민주당 리모델링을 선택했습니다. 유 이사장의 길은 달랐습니다. 18대 총선에서 현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신당인 국민참여당을 창당했고 이후 진보정당과 손을 잡았습니다. 사실상 민주당과의 인연은 10년 전에 끊어진 셈입니다. 정치재개시 호남과의 거리가 가장 먼 차기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97년 대선에서 DJ불가론을 언급했던 것도 부담입니다. 호남의 지지 없이 집권에 성공한 진보진영 차기주자는 없었습니다.

유시민, 왜 2012년 대선에 나서지 않았나 vs 보수라고 장외블루칩 없을까?

유 이사장은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5%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을 기록했을 때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문재인 대통령의 권유에도 대선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지지율이 아니었고 ‘바람 부는 바다처럼 사나운 마음’으로 대선에 나서는 것은 옳지 좋지 않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유 이사장의 지지율은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유산이 투영된 것이나 본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국민적 평가입니다. 올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라는 점에서 사나운 마음도 어느 정도 잦아들었을 것입니다. 정권재창출을 명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권유하면 또 거절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유 이사장의 공언대로 정계복귀나 차기도전 없이 장외에서 킹메이커 역할만 해도 움츠러든 여권의 차기지형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여야 모두 차기주자는 다다익선입니다. 많을수록 좋습니다. 보수의 상황은 암담합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참패 이후 깊은 무기력증에 빠졌던 민주당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완전히 망치지 않으면 기회는 없을 것만 같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그 나물에 그 밥’이고 새 인물은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입니다. 유시민 이사장과 같은 장외 블루칩이 보수진영에서도 등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 보수는 탄핵 이후 조기대선을 제외하고는 참패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낙승을 거두거나 석패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97년·2002년 대선패배 이후 차떼기 낙인과 탄핵역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게 바로 보수입니다. 박근혜·이명박이라는 차기주자를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보수의 히든카드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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