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女변호사` 오른 1세대 헬렌 박 "정상 향한 큰 꿈 함께 꾸자"

헬렌 박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서울 청진동 법무법인 세종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함께 걸어가는 연대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IFLR1000 여성리더`, `올해의 여성 변호사`.

올해 법무법인 세종의 헬렌 박(58·한국명 박현주) 미국변호사를 수식하는 단어다. 지난 8월 세계적 법률전문지 `IFLR1000`이 선정하는 세계 각 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인 여성 변호사 300명 가운데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박 변호사는 지난달엔 아시아 유력 법률 전문매체 아시안 리걸 비즈니스(ALB)에서 선정하는 `2019 올해의 여성 변호사`(Woman Lawyer of the Year)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로 7회째인 ALB 한국 법률 대상은 로스쿨, 로펌, 법률 협회를 비롯해 업계 전문가 패널로 구성된 비공개 심사위원단이 후보들을 평가한다.

지금은 자타공인 금융분야 스페셜 리스트이지만, 1세대 여성 변호사로서 지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987년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1992년 법무법인 세종의 외국 변호사로 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16명으로 이뤄진 팀에서 유일하게 여성일 정도로 국내 여성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박 변호사는 “과거 한 건설회사 회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왜 비서를 데리고 왔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과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민연금과 함께 투자한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 재개발 사업 관련 자문을 통해 2018년 `최고의 부동산 거래상`을 수상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성과를 기록하고 있지만, 후배 여성 변호사들을 보면 마음 한 쪽이 좋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업계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여성들은 여전히 가정과 육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로펌에서는 이를 배려해 준다는 이유로 중요한 사건을 안 맡기려 하지만, 이는 변호사로서 성장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대가 변하며 후배 여성 변호사들의 약진도 뚜렷해졌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공고하고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른바 국내 10대 로펌 가운데 여성 대표 변호사는 전무(全無)하다. 박 변호사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함께 걸어가는 연대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린 연차의 변호사들이 주로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주어진 일만 잘하면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며 “어린 연차부터 주변 동료들과 회사 입장을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대표 변호사에 여성을 앉히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헬렌 박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서울 청진동 법무법인 세종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끝으로 “은퇴하는 날이 점점 다가오지만 여성 변호사로서 선례를 만들고 법무법인 세종이 금융 자문 분야에서 리더십을 잃지 않도록 솔선수범의 자세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