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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위원장의 결단과 노력, 잘 알고 있다.”
북한은 그간 여러차례 국제질서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나 언사를 해왔다. 고위급 간의 합의에 대해서도 정세 변화에 따라 쉽사리 입장을 달리 했다. 지난 2018년 평화의 메시지를 한껏 펼쳐놨던 김여정 제1부부장이 최근 거침없이 대남 비방을 하고 있는 것이 일례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남북-북미 간 관계가 틀어졌음에도 문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관계는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정상간 관계는 유지하면서 후속 대화와 소통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이날 20주년을 맞은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에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의미 부여를 하면서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함으로써 비로소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남북 정상간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박정희·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잇는 남북 합의의 역사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의 소중한 결실” “정권과 지도자가 바뀌어도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남북 공동의 자산”이라면서 “한반도 문제와 남북문제 해결의 열쇠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176석의 거대 여당으로 탄생한 21대 국회에 남북 정상간 합의의 비준을 바랐다. 문 대통령은 “합의들이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되었을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구체적 제안은 미뤄둬..전문가들 “남북 정상 신뢰있어”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는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4차 남북 정상회담 등 몇 차례 제안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체적 카드를 제시하기 어려운 청와대의 고민도 읽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 위원장이 아닌 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명의로 대남 공세를 잇고 있다는 점을 주목, 남북 정상간 신뢰는 살아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8년 5월 2차 남북 정상회담처럼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북한이 문제를 제기했던 대북 전단(삐라) 살포에 대한 확실한 근절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제라도 속도감 있게 전단 금지법을 만드는 모양새라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남한 정부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들지 않으면 향후 2년 간 남북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