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벌인 수시검사에서 이 회사가 2020년 4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1100억~1200억원 규모의 작업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4일부터 5월6일까지 5주간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고강도 수시검사를 진행해 작업대출을 적발(본지 7월14일 ‘[단독]페퍼저축은행 불법대출 적발…개인을 사업자로 둔갑’ 기사 참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조작된 서류를 기반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취급했다. 사업자 대출은 자금 사용처가 사업 목적이어야 하며, 빌린 돈은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 대출모집인들은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전자세금계산서, 입·출금 거래내역서 등 대출금 사용증빙 서류를 위·변조한 것으로 이번 검사에서 드러났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간 개인사업자 대출을 크게 늘리며 성장했다. 이 회사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20년 3월 말 954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8391억원으로 93%(884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55%)의 2배 가까운 속도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8847억원) 가운데 불법 작업대출이 약 1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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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적발 건은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여서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간 소액의 작업대출이 적발된 적은 있지만 1000억원이 넘는 불법대출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초 저축은행 CEO(대표이사) 간담회에서 대출심사 및 자금용도 외 유용 여부에 대한 점검 강화를 요청하면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잠정 결론 낸 이번 작업대출에 대한 보정 작업을 거친 뒤 올해 말 최종 결론을 내리고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대출모집인이 사업자의 가계자금을 먼저 갚은 뒤 사업자 대출을 타낸 것과 관련해 모집인이 서류를 위·변조해 막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대출 신청 시점에 서류상으론 모두 적법했다”며 “차주와 모집인 계좌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모집인은 해촉 등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용도 외 유용(사업자 대출로 받아 개인 용도로 유용)에 대해선 “사후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사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9일 애큐온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수시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이 회사 검사를 벌여 주기상 내년 초 검사에 나서야 하지만, 사업자 대출이 눈에 띄게 늘어 작업대출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