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결혼한 A씨는 2000년쯤부터 부인과 별거했다. 부인은 혼자 벌어서 자녀를 키웠다. A씨는 새로 만난 여성과 딴살림을 차렸다.
부부가 별거한 지 10년 가량 지난 2011년, A씨의 집안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가족사업을 해오던 A씨는 동업자인 누나 B씨와 자주 마찰을 빚었다. 그러자 B씨는 동생인 A씨가 도박에 중독돼 가산을 모두 탕진하기 직전인데다, 폭력배에게 위협을 받고 있어 숨어지내야 할 처지라고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B씨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가족들은 A씨를 경기 용인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다. A씨의 부인은 ‘남편이 철저하고 지속적인 정신과 계통의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라는 허위의 진술서를 써서 시누이인 B씨를 도왔다.
부부는 다시 만났다. 부인은 B씨의 말에 속아 입원에 동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A씨가 억울하게 갇혀 지낸 날이 170일이었다. A씨는 납치되다시피 끌려가 병원을 전전하는 동안 자신을 구해주지 않은 부인에게 느낀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A씨는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가정 파탄의 책임이 A씨의 부인에게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 방윤섭 판사는 “부인의 책임으로 이혼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방 판사는 “부인이 어떻게든 남편을 바로잡아 가정을 지키려고 한 것이라고 해도 정신질환이 없는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데 동의한 것은 배우자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방 판사는 “부인이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동의한 점 등에 비춰보면, 남편에게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편이 유책배우자라고 해도 혼인제도의 목적에 비춰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잘못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