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시대]뜨거운 감자 '탄력근로제'…"충격 완화" Vs" 악용 우려"

산업계 “생산성 유지·납기일 맞추기 어려워... 단위기간 늘려달라”
탄력근로제 도입시 노사합의 필수…노사갈등 불씨 우려
전문가 “어렵지만 노사합의 통해 근로시간 단축 정착해야”
  • 등록 2018-07-02 오전 6:30:00

    수정 2018-07-02 오전 6:30:00

[이데일리 박철근 김소연 기자] “탄력근로제를 현행 2주·3개월 단위에서 최대 1년까지 늘려달라.”(경영계)

“탄력적 근로제 단위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일괄적으로 6개월로 연장하면 근로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어진다.”(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탄력근로제는 근로시간 단축효과를 무력화할뿐만 아니라 사측이 가산수당 부담을 줄이는 꼼수로 활용될 수 있다.”(민주·한국노총)


‘탄력근로제’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이같은 요구를 수용할 경우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무의미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정간에도 의견이 갈린다. 여당은 충격 완화를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장에 따라 상황이 다른 만큼 결국 노사간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대한상의 관계자들과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과 관련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홍영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탄력근로제 활용 3.4% 불과” Vs “장시간 근로탓 불필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업종이나 기업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6개월로 확대하면 근로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8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김 장관은 “탄력근로제 활용기업이 전체의 3.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현행 근로기준법에 나온 2주·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활용하고 하반기 중 면밀한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들은 김 장관의 발언은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숫자로만 얘기하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반박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장시간 노동이 당연시되다보니 탄력근로제를 활용할 필요가 없었다”며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하면 당연히 탄력근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다”며 “현행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적용하면 대기업 하청업체가 대부분인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할 때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납기 마감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지 못한다면 노사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의 단위기간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요국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자료= 중소기업연구원)
◇노동계 “노조 조직률 10% 불과, 사측 요구대로 끌려갈 것”


반면 노동계는 노동조합 조직율이 1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할 경우 사측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노조가 없는 회사의 경우 근로자 대표가 실제 근로자들의 요구를 대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 조직률이 10.3%(2016년말 기준)에 불과하다. 사업장에서 탄력근무제 도입을 논의할 근로자 대표를 제대로 선장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형식적으로 선출된 근로자 대표 대부분은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사측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은 정부나 정치권이 아닌 노사가 함께 책임져야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은 옳다”며 “이제 법이 시행됐는데 벌써부터 탄력근로제에 대한 부작용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실시여부 등은 결국 노사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탄력근로제는 당장 시행할 이슈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하고 탄력적인 형태의 근무형태을 연계해 적용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가이드라인 정도로 큰 틀을 제시하고, 결론적으로 노사가 협의·합의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에어컨과 같은 계절성 상품의 경우 집중생산이 필요해 산업현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맞물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용어설명>

탄력적 근로시간제

: 유연근로제도의 하나로 일이 많이 몰리는 기간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기간의 근무시간을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1주 40시간)내로 맞추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2주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는 경우 첫째주에는 45시간(9시간×5일), 둘째주에 35시간(7시간×5일)을 근무하면 2주간 총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주당 평균근로시간 40시간이 된다. 이 경우 사측은 첫째주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5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은 노사간 합의(취업규칙 또는 서면합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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