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곡옾눞`을 아십니까…세대간 소통 막는 암호같은 신조어

신조어 전성시대…세대간 소통 장벽 높아져
신조어 범람에 친구끼리도 의사소통 어려움
혐오·욕설 신조어 사용에 우려의 목소리도
신조어는 시대상 반영…혐오표현 자제해야
  • 등록 2018-10-08 오전 6:30:00

    수정 2018-10-08 오전 10:10:51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오늘 댕댕이 아파서 병원 갔다 왔어…완전 롬곡옾눞”

직장인 권효성(32)씨는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10대 여고생들이 대화에 어리둥절했다.

“댕댕이는 친한 친구란 뜻인가? 롬곡옾눞은 또 뭐지?” 스마트폰을 꺼내 든 권씨는 이내 머리를 긁적였다. 댕댕이는 반려견(멍멍이)을 이르는 말이었다. ‘멍’자가 ‘댕’자와 얼핏 비슷하게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변형한 단어다. 롬곡옾눞는 ‘폭풍눈물’을 위아래로 뒤집은 말이다.

권씨는 “학창 시절에 (신조어를) 많이 쓰곤 했는데 요즘 친구들이 쓰는 신조어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10대 학생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으니 갑자기 꼰대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국적불명 신조어에 높아진 ‘소통의 벽’

신조어는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다. 심지어 같은 세대들 간에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벌어진다. 무엇보다 욕설이나 혐오의 뜻을 담은 신조어 사용까지 급증하면서 세대·성별 간 언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10대 학생들이 교실에서 쓰던 신조어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보급과 맞물리면서 사용이 급증했다. 온라인의 출현으로 신조어 전달에 대한 장소적 한계가 사라지자 전국으로 펴져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인터넷 채팅에서 쓰이던 ‘광클’(빛의 속도로 클릭한다)이나 ‘즐~’(수고해라), ‘헐’(황당하거나 어이가 없을 때) 등의 단어들은 일상 대화에도 자주 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마트폰과 SNS 사용 대중화로 신조어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조어 종류가 다양해지자 동일 세대들 간에도 각자 소속된 커뮤니티가 어디냐, 어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냐에 따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한다.

심지어 커뮤니티의 소속감을 강화하고 타인의 접근을 배척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조어를 암호처럼 사용하거나 소속 집단내 공유감 확보를 위해 신조어를 공부해 습득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생 최모(16)군은 “단체 대화방 등에서 처음 듣는 신조어를 못 알아들으면 혼자 따돌림 당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몰라도 아는 척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차별과 혐오 담은 신조어 사용 급증

최근에는 혐오나 욕설을 담은 신조어 사용이 급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직함이나 신분에 벌레 충(蟲)을 붙이거나 외국 욕설을 한글로 표현한 ‘려차’(fuck을 한글자판으로 적은 것), ‘틀딱’(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 등 혐오 표현, 비상식적 행위로 주변에 피해는 주는 사람에게 쓰는 일본어인 ‘혼모노’(ほんもの·진짜)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신조어는 그 시대의 현상과 문화를 담고 있는 만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밀당’(밀고 당기기)이나 ‘꿀잼’(정말 재미있다) 등의 표현은 직관적이면서도 쉽게 감정을 전달하는 신조어의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언어는 창조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존에 쓰던 단어만이 정당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들어 비난이나 혐오의 뜻을 담은 신조어 사용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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