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쌍용차 지원 문제에 총선 등 정치적 고려 없다"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이동걸 산업은행 회장②
대주주역할·고통분담·정상화 방안…준수 없이 지원 안해
정치권 압력 밀려 공적자금 투입 없을 것
분야 아우르는 투자로 스타트업 키워야
정부 주도 '2차 벤처붐'에 모든 것 달려
  • 등록 2020-02-14 오전 5:38:51

    수정 2020-02-14 오전 5:38:5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이 지난 1월 갑작스럽게 한국을 방문하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의 방한이어서 마힌드라가 우리 정부에 경영위기에 봉착한 쌍용차 추가 지원을 압박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2018년 GM(제너럴모터스)이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에 지원금 요청을 압박한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방한한 고엔카 사장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연이어 만났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선거와는 관련없다”며 “정치적 요소는 반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등의 압력에 밀려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과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 등 원칙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밖에 벤처투자 확대 필요성과 국내 벤처투자 문제점, 기업 구조조정 방식 전환, KDB생명보험 매각 등에 대한 의견표명도 분명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0일 서울 영동포구 산업은행 본점의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쌍용차 지원문제가 이슈다. 어떻게 할 예정인가.

△3대 원칙을 세웠고 원칙대로 한다. 대주주가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하고 이해관계자들이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고엔카 사장이 산업은행에 왔을 때 이 얘기를 했다. 또 ‘(경영정상화)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아직 안 갖고 왔다. 지금 경영진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를 살리겠다고 했다.

서로 맞아야 (지원 등을) 할 수 있는데, 상대방이 하지 않으면 나도 안 하겠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선거와는 관련이 없다. 정치적 요소는 반영하지 않는다. 2018년 GM 지원 때도 원칙대로 했다.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 설립이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 같다.

△재작년에 구조조정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산업은행이 100% 출자한 사모집합투자기구 운영회사) 설립을 지시했고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작년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건을 보면서 이 회사를 잘 만들었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전 기준 이 회사의 부채구조를 보면 수조원대로 추정되는 항공기 리스비용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정상적인 부채가 3조원 규모다. 그 중 1조원이 금융기관 부채고 2조원은 시장에서 조달했다. 산업은행 채권은 약 3000억원 정도로 정상적인 부채(3조원)의 10분이 1이다. 금융기관은 구조조정을 위해 출자전환과 신규투자 등을 할 때 시장 참여자는 ‘프리 라이더’(무임승차자)가 된다. (금융기관을 제외한)나머지 80%가 무임승차를 하면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시장조달 규모가 70~80%가 되면 기관중심 구조조정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기관주도 구조조정이 안 되면 부실기업은 스스로 소멸하거나 법정관리를 받거나 시장가격으로 펀드에 매각해야 한다. 작은 부실기업은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받을 수 있지만 부실 대기업을 받을 수 있는 펀드는 없다. 시장에 대규모 부실기업이 나왔을 때 인수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KDB생명 매각은 언제쯤 마무리될까.

△(입찰절차가)아직 진행 중이다. KDB생명은 흑자기조로 확실히 돌아섰지만 보험산업의 불활실성과 당행과의 시너지 창출효과 미비 등 때문에 매각하려고 한다. 적정한 가격 선에서 적정한 주인에게 넘기려고 한다. 취임 때에 비해서 KDB생명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에서 절반은 성공했고 나머지는 순리대로 갈 것이다.

-요즘 산업은행의 벤처투자 지원이 활발해진 것 같다.

△혁신성장을 위해 펀드출자로 ‘방탄소년단’(BTS)에 초기투자를 해서 돈을 좀 벌었다. 120억원을 투자해서 약 6배 수익이 났다. 마켓컬리와 비바리퍼블리카 등에도 투자를 했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기생충’에는 계열사인 산은캐피탈을 통해 약 7억원의 직·간접 투자를 병행했고 큰 수익을 기대한다. 이러한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서 기업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기업은 아직 시장 가치가 매출보다 더 빨리 크기 때문에 고용확대에 기여를 한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혁신성장금융부문에 ‘벤처금융본부’를 설치하고 벤처기술금융실·스케일업금융실·넥스트라운드실 등 3개 부서를 편제했다. 결국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3년간 ‘KDB넥스트라운드’를 진행했다. 1주일에 3번씩 스타트업들과 벤처 투자자들을 한 자리에서 모아 기업설명회(IR)을 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지난 3년간 총 250개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 대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산업은행도 넥스트라운드에 참여해 자율적으로 투자 결정을 한다.

-벤처투자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중소벤처기업부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 총 4조원 규모인데 1개 기업 평균 투자액은 20억원 정도다. 산업은행이 KDB넥스트라운드를 통해 소개한 기업의 평균 투자유치금액은 60억원 정도다. 우리 벤처시장은 후속투자가 굉장히 약하다. 초기투자는 많이 되는데 ‘스케일업’이 안 된다. 마켓컬리도 산업은행의 출자 펀드에서 초기 투자했지만 이후 중국에서 추가 투자를 했다. 셀트리온은 5000만원으로 시작해 투자자 집단이 들어왔고 2조원 규모 투자를 받아 키웠다.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 테마섹은 셀트리온 투자에서 지분 40%를 팔고 현재 10배를 벌었다고 한다. 기업을 키우는 투자는 우리는 못하고 외국이 하고 있다.

- 벤처 후속투자가 더 안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후속투자는 갈수록 베팅(투자규모)를 더 많이 해야 하지만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큼 모험을 해서 리스크를 감당할 자본력과 자신감이 없다. 한국은 아파트 1채면 수억원을 버는데 누가 투자를 하겠나. 부동산은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high return)이다. ‘부동산 망국론’에 동조를 한다. 부동산 투기 열풍은 일종의 폰지게임이다.

새로운 프론티어 분야에서 기술적 안목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 벤처기업을 해본 사람, 벤처투자를 해서 이익을 낸 사람이 앞장을 서야 하는데 우리는 이 부분이 약하다.

외식업전문가 백종원씨는 음식점 주인들에게 ‘할 일 없으니 식당하는 게 아니다’라며 열심히 하라고 야단을 친다. 스타트업은 어떤 분야든 인생을 걸 만큼 달려들고 돈을 투자해야 한다. 지난 2000년 ‘1차 벤처붐’에 대해 실패했다는 말이 많았지만 실패한 게 아니라고 본다. 넥슨, 엔씨소프트, 네이버 등이 그때 만들어졌다. 현 정부에서 ‘제 2의 벤처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거기에 모든 게 달렸다.

-산업은행이 과거보다는 구조조정 업무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산업은행 임무가 기업 구조조정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부수적 임무이다. 구조조정은 9개 분야 중 1개에 불과하다고 본다. 산업은행은 기업금융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국책은행 태생에에 맞게 시장에서 정리되지 않는 것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1960~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서 산업은행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재벌이 없었다. 지금 우리의 역할은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새 산업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을 발굴해서 키우는 것을 새 시대의 숙명으로 삼고 있다. 30년 후 제 2의 삼성이나 LG가 나오면 산업은행이 씨앗을 뿌렸다고 자부심을 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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