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도 산 캐스퍼 대박에 영업사원·자영업자가 우는 이유

코로나19 여파…국내차도 비대면 판매
자영업자 "점점 할 일 사라져 매출 없다"
소비자 "인건비 줄여 경차 마진 남기려"
VS "쇼핑몰에서 옷 사는 기분…부담 없다"
  • 등록 2021-10-09 오전 10:11:00

    수정 2021-10-09 오전 10:52:00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 국내 완성차 중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프라인 판매 과정에서 필요하던 인력이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도 4차산업혁명이라는 지각변동에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6일 청와대 경내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된 경형 SUV ‘캐스퍼’를 인수하고 시운전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점점 일거리 줄었는데…이젠 대기업이 다 해먹어”

캐스퍼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처음 생산한 국내차로 사전 계약부터 구매까지 온라인으로 이용 가능하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지자체가 주도하는 ‘노사 사생형 일자리’로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설립해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첫날에만 사전 예약건수가 1만9000대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사전계약을 통해 6일 차량을 인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또한 비대면 판매로 전환을 꾀하는 모양새다. 비교적 고용감소 등 문제에서 자유로운 수입차들은 이미 온라인 판매를 본격화했지만 국내 완성차업계는 그동안 노조의 반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점차 온라인화로 전환하면 자동차 판매부터 인도까지 모두 도맡았던 영업사원 등 판매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그만큼 일거리가 사라진다. 완성차 인도를 지정 센터에서 진행할 경우 영업소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아울러 완성차가 나올 때부터 블랙박스 등을 모두 장착하고 나올 경우 영업사원과 연계된 영세 자동차용품점 업자들도 그만큼 일이 줄어든다.

수입차 영업사원으로 10년간 근무하다 이직한 후 국내 완성차를 판매해 온 이모(40)씨는 이번 온라인 판매가 이슈화되면서 불안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영업하기 힘들어졌는데 이젠 이것도 힘들 것 같다”며 “요즘 인터넷 판매가 점점 늘어나면서 차를 홈쇼핑에서도 파는데 대기업에서 시작하면 아예 (공식적으로) 다 뺏어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5년간 자동차용품업을 운영해온 자영업자 최모(54)씨 또한 경차까지 자동차용품을 다 갖춰서 나오게 되면 더 이상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예전엔 국내 완성차는 고급차부터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등을 달고 나왔는데 이젠 모닝 같은 경차도 100% 용품을 다 갖춰 나온다고 한다”며 “2011년부터는 선팅도 다 돼서 나오니 주변에 선팅만 하는 업체들은 다 문을 닫아서 남은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완성차인 캐스퍼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 “인건비 줄이려는 꼼수” vs “진입장벽 사라져”

직접 온라인 사전예약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온라인 판매로 저렴한 가격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대기업만 이익을 취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처음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오히려 마음 편히 정가로 구매할 수 있어 편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달 14일 사전예약에 성공한 박모(40)씨는 800만원에 출시한다는 기사를 보고 1225만원대를 예상했지만 그것보다도 높은 가격에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경차를 팔면 남는 게 없어서 지금까지 만들지도 않다가 19년 만에 인터넷 얼리버드 판매로 영업사원 마진 없이 하청까지 주면서 판매하는 건데 가격이 심각하다”며 “아무래도 인건비 줄여서 이번 온라인 판매를 계기로 경차에서도 마진을 남기려는 대기업의 꼼수전략인 듯 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사전예약으로 생애 첫차를 구입한 김모(28)씨는 자동차를 구매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20대에겐 진입 장벽이 사라진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 중에 차를 산 친구가 전혀 없고 차를 사러 간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았다”며 “매장직원의 시선에서 벗어나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나만의 결정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언택트’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매장들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으로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면서 일자리가 광범위하게 사라지는 건 보편적인 일이다”며 “현재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굉장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발생할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기업과 정부가 미리 예측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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