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속에서도 韓채권 쓸어담은 '왕서방'(상보)

지난해 외국인 12조3천억 매도 속 '나 홀로' 1조6천억 순매수 눈길
  • 등록 2017-02-01 오전 6:00:00

    수정 2017-02-01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국내 채권시장에서 ‘왕서방’의 위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팔아치운 원화채권 규모만 12조3000억원이었는데 중국 투자자만 유일하게 1조6000억원 어치를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가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이후에도 중국의 큰손들은 여전히 한국 채권을 사들인 것이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환율 통화 바스켓에서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등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한국 원화 등을 추가했다. 그만큼 원화채권을 장바구니에 담을 여력이 커진 셈이다. ‘차이나 머니’의 돌풍이 갈수록 거세져 중국계 자본의 국내 채권시장 비중은 이미 18%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규모가 늘어날수록 급격한 자본이탈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어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中, 韓채권 “워 아이 니”

중국 자본의 한국 원화채권 ‘사랑’은 단순한 차익 실현보다는 건전 재정에 기초한 한국 정부 채권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인민은행을 중심으로 중국 자본이 1년 이상 5년 미만 중장기 원화채권을 대거 매집하면서 전체 외국인 상장채권 순투자 규모도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년 이상 5년 미만 외국인 상장채권 순투자 규모는 19조4400억원으로 전년(16조500억원) 보다 21% 증가했다.

시장에서 중국이 사드배치의 보복 차원으로 원화채권을 매도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를 비웃듯 지난해 1조6000억원 어치나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원화채권을 12조3000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는데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중국의 원화채권 비중은 변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지난 10월 태국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원화채권을 일부 매도할 때도 중국은 계속 매수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과 탄탄한 국가 신용등급 등이 중국 자본의 매수를 이끌어내는 원인으로 분석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작년 8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10단계 중 세 번째로 높은 ‘AA0’로 한 단계 올렸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와 유럽 중앙은행들이 만기 5년 이상 중장기 국고채 매수를 늘리고 있다”며 “건전 재정에 기초한 한국 정부 채권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의 투자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유출 리스크는 ‘양날의 칼’

KB증권이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원화채권 투자여력을 산술적으로 분석한 결과 3240억 달러(380조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했다.

원화 보유를 위해 외환보유고 3조 달러의 10.8%를 원화채권에 투자한다고 단순 계산했지만 현재 중국의 환율 통화 바스켓(기준환율 산정 시 적정한 가중치에 따라 선정하는 구성통화 모음)에서 원화의 비중은 10.8%로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에 이어 4번째다. 이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투자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확대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안화 환율 결정시스템이 통화 바스켓이란 점을 고려하면 당장 원화채권 투자확대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원화 자산을 늘리기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투자규모가 커지는 만큼 자금의 급속한 유출 위험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한국 채권시장의 ‘큰손’ 중국이 외환 보유고 방어 탓에 제 앞가림도 벅찬 상황인 만큼 원화채권 추가 매수는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31%(시총 기준) 안팎에 달해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화들짝 놀라는 상황에서 채권시장마저 외국인 비중이 커지면 대외변수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 약세 흐름으로 핫머니(단기투기자금) 이탈이 지속하면서 역내·외 위안화 환율 간 격차도 커지고 있다”며 “중국은 단기유동성 불안 등 당장 제 발등의 불 끄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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