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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트럼프케어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케어의 미국 의회 표결을 다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애초 하원은 전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트럼프케어 표결을 할 예정이었지만, 표결 직전 이날로 미뤘다.
하루를 연기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반 지지 확보에 실패했다고 보고했다. 어쩔 수 없이 표결을 연기했다. 사실상 게임이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판까지 표 단속에 나섰다. “더는 협상하지 않는다. 만약 트럼프케어가 금요일 하원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2010년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를 그대로 둘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언제 다시 표결을 시도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케어가 물 건너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케어는 오바마 정부의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건강보험법이다. 의료보험 가입 의무를 없애고, 저소득층의 보험료 지원금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예산을 아낄 수 있지만, 문제는 돈이 없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오바마케어가 폐지될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최소 3200만명의 보험미가입자가 발생하고 민간보험료도 두배가량 오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오바마케어를 폐기했다가 돈이 없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급증할 경우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한다.
공화당 내 강경 우파들도 트럼프케어에 반대한다. 트럼프케어는 보험료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전액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해외 저가 처방약 구입 허용 등의 내용을 새로 집어 넣었다. 강경 우파들은 이게 마음에 안 든다. 트럼프케어는 ‘오바마케어 라이트(오바마케어를 살짝 수정한 것)’라고 비판하면서 아예 완전 폐기를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는데 가장 신경을 썼다. 트럼프케어가 정책 1순위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가장 공을 들였던 트럼프케어가 좌초하면서 트럼프 정부는 크게 흔들리게 됐다. 감세 등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도 모두 연기가 불가피하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은 “트럼프케어의 실패는 트럼프 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