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완전 비핵화’를 표방하면서도 경제제재 부분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초래된 현상이다. 비핵화의 수준에 있어서도 미국 측과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미국 측의 의향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북·미 간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걱정이다. 금강산 관광재개 및 개성공단 재가동을 카드로 제시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진전시키려던 나름대로의 구상이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이제는 북한 측으로부터도 “협상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며 자기 편에 서줄 것을 요구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조만간 평양에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지금 단계에선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은 북·미 중재에 나서기보다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게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