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인체에 유해한 원료물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가습기살균제 판매업체인 애경산업 최고 경영진의 신병을 확보한 뒤 제조업체인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최고 윗선으로 향하려던 검찰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안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1일 영장기각 결정을 내렸다. 신 부장판사는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전직 애경산업 임원 진모씨와 전 애경중앙연구소장 백모씨에 대한 영장도 기각했다.
또 애경산업에서 가습기살균제를 넘겨받아 PB(자체 브랜드)를 판매하는데 관여한 전 신세계 이마트 상품본부장 홍모씨도 구속을 면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지난달 26일 안 전 대표 등 4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안 전 대표에 대해선 지난 3월 30일 영장이 기각되자 약 한 달 만에 다시 재청구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995~2017년 애경산업 대표를 지냈다. 애경산업은 안 전 대표 재임 기간 중인 지난 2002~2011년 CMIT와 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애경 측은 SK케미칼이 만든 제품을 단순히 판매했을 뿐 원료물질 유해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지만 검찰은 애경 측이 실제 제품의 제조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제품 출시 때부터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공동으로 안전성 검증을 하기로 협의한 정황을 확보했다.
법원은 그러나 안 전 대표 영장을 이번에도 기각하며 원료물질 유해성을 알기 어려웠다는 애경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업무상과실치사사상 혐의로 홍지호(69) SK케미칼 전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은 가습기메이트 제조 및 판매당시 대표이사인 최창원(55) SK디스커버리 대표와 김창근(69)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을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