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2020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이 지난주 무산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 확대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이 7년만에 적자로 돌아선데다 내년에도 2조원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연평균 3%대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재정적자 폭을 줄여나갈 방침이었지만 가입자 단체 등의 인상안 반대에 속만 태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 국고지원 확충과 함께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재정확보 전략 수립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고지원 미달…재정 확보 계획 제동
법정 지원비율 최대한도는 일반회계 14%, 건강증진기금 6% 등 총 20%다. 하지만 국고지원 비율은 지난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 평균 16.4%, 박근혜 정부(2013~2016년) 때 평균 15.3%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줄고 있다. 문재인 정부(2017~2019년) 들어선 평균 13.4%로 떨어졌다. 이민우 의료노련 정책전문위원은 “사실상 대부분 보건의료 예산이 건강보험 재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예산 구조 하에서 국고지원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건 국가의 (재정적) 직무유기”라고 지적하며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 동의를 얻으려면 일단 국가가 부담하는 비율을 확실하게 고정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고령화사회 성큼 새로운 재원마련 방안 찾아야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이었다. 이는 부부가 자녀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은 보험 납부자인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의료복지 수혜자인 노인인구 증가로 보험료 고갈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노인 진료비는 지난 2005년 6조1000억원에서 작년 31조6527억원은 5배 이상 늘었다.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2008년 노인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 30%를 돌파한 데 이어 10년 만에 40%대까지 올라선 것. 해마다 노인 진료비가 늘어나는 상황은 건보 재정 상황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장성 확대와 함께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보건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경제까지 침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은 “아직 적립금이 20조원 정도 쌓여있는 상황에서 주류부담금이나 비만세 등과 같은 목적세를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오히려 반발만 키울 수 있다”며 “현재는 소득 발굴을 통해 보험료 부과 대상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