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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출시돼 국내 최고(最古) 배당주 펀드인 ‘베어링고배당(주식)’을 운용하는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펀드 매니저는 배당주 펀드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올해 21년 차 베테랑인 그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아직 저평가 받고 있어 제값 받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펀드 매니저로서 소명의식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올 한해 유독 변동성이 심한 장세였다고 입을 모은다.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와 격화를 오가며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고,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등 각종 사건사고가 투자자들을 뒤흔들었다. 그럼에도 4조2000억원 이상의 배당주형 펀드를 굴리는 베어링자산운용 주식팀의 대표 상품 ‘베어링고배당(주식)’은 A클래스 기준 연초 이후 5.30%(이하 케이지제로인 11월 말 기준) 수익률로 순항했다. 김 매니저는 “모멘텀에 편승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면서 “변동성을 막아주는 고배당주, 배당 성장주, 역사적 관점에서 고배당주 등이 골고루 제 역할을 해줬다”고 분석했다.
‘베어링고배당(주식)’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삼성전자(005930), 삼성전자우(005935), POSCO(005490)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2우B(005387) 등이 보유 자산 비중 TOP5에 속한다. 김 매니저는 “대형주가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싸고, 배당수익률이 좋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종목이나 섹터는 과거 투자자들의 오해나 관련 잡음으로 가격이 떨어졌지만 배당 수익률이 높아 개선 가능성을 보고 선제적으로 발굴하기도 했다. 그는 “배당 수익과 차익 실현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면서 “특정 종목이나 업종에 집중하기보다 원칙에 충실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원칙을 고수할 수 있었던 건 ‘리서치’의 힘이었다. 김 매니저가 입사할 때만 해도 10명이었던 주식팀은 이제 14명이다. 그중 9명이 리서치를 담당한다.
그는 “매일 아침 팀원이 전부 모여 1개의 종목을 공부한다”며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충분한 고민 후에 움직이기 때문에 느리지만 임팩트가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쉽게도 올해 공모 펀드 시장은 냉기로 가득하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6205억원이 빠져나갔다. 세부 항목인 배당주식형에서도 3884억원의 자금이 나갔다. 김 매니저는 “내년 상반기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상승할 것”이라면서 “주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많이 팔린 펀드가 곧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아니라는 점, 단기적인 수익률보다는 장기적인 수익률을 봐줬으면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장기간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펀드들을 추천하고 싶다”며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공모 펀드 시장이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1998~2001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대투증권) △2001~2005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2005~2009년 슈로더투자신탁운용 △2009년~현재 베어링자산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