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vs 한은, 다시 불붙은 디플레이션 논쟁

KDI "日 장기침체 직전 국면과 비슷"..한은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돼 가능성 적어"
  • 등록 2014-11-28 오전 7:00:00

    수정 2014-11-28 오전 9:55:42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금리 인하 이후 잦아들었던 디플레이션 논쟁에 다시 한번 불이 붙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날을 세웠다.

GDP디플레이터 하락, 디플레이션 전조?

(출처=한국개발연구원)
논란은 KDI가 26일 발표한 ‘일본의 19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보고서는 디플레이션의 근거로 2011년 이후 물가상승률보다 더 떨어진 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을 제시했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GDP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선행해왔는데, GDP디플레이터가 떨어지니 물가상승률 또한 낮아져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단 주장이다. GDP디플레이터란 경제 전체 생산물 가격을 측정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 품목을 뽑아 계산하는 CPI보다 범위가 넓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준 연구위원은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던 두 지표가 최근 2~3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례적인 부분”이라며 “일본도 디플레이션 초기에 그런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2.2%, 2013년 1.3%를 기록했다. 반면 GDP 디플레이터는 2012년 1.0%, 2013년 0.7%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았다.

이에 한은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맞섰다. 두 지표 사이에는 동행성이 더 강하다는 주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KDI 자료에선 1993년부터 최근까지를 분석했는데 분석기간에 따라 선후행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두 지표간 동행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며 “KDI는 그런 부분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가지표, 실제보다 높은가 낮은가

물가상승률 지표가 현실 물가 보다 더 높은지, 낮은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붙었다. 한편에선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저물가’ 자체를 거부하며 물가가 여전히 높다고 호소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닮아있다.

KDI와 한은은 모두 기술발달로 물가상승률이 현실 상황과 다르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그 방향성은 정반대였다. 이 연구위원은 “지표에 나타난 물가는 실제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니 1% 미만의 물가상승률은 실제 디플레이션 상황을 의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물가상승률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물가상승률은 0%대일 수 있단 얘기다. 기술개발로 고가의 신제품이 나왔음에도 이를 지표가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은 분석 자체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기술발달로 여러 종류의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제품의 가격변수가 물가상승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단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품질조정에 대한 측면은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견해도 있어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식 디플레로 가나, 안 가나

KDI는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완만하게 조정하는 상황도 일본과 닮아있다”면서 “당시 일본은 경기 및 물가안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락할 수 있는 영향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은은 “구조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대응했다. 2000년대 초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돌입한 가장 큰 이유는 1990년대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버블경제가 붕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당시 일본은 심각한 수요부진이 나타나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면서 “한국은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돼있고 내년 성장률도 3% 후반이 예상되기 때문에 당시 일본 상황과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011년 10월 4.3%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 9월 이후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전망치를 3.9%로 전망하면서 “하방리스크가 크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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