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디플레이터 하락, 디플레이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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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작성한 이재준 연구위원은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던 두 지표가 최근 2~3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례적인 부분”이라며 “일본도 디플레이션 초기에 그런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2.2%, 2013년 1.3%를 기록했다. 반면 GDP 디플레이터는 2012년 1.0%, 2013년 0.7%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았다.
물가지표, 실제보다 높은가 낮은가
물가상승률 지표가 현실 물가 보다 더 높은지, 낮은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붙었다. 한편에선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저물가’ 자체를 거부하며 물가가 여전히 높다고 호소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닮아있다.
KDI와 한은은 모두 기술발달로 물가상승률이 현실 상황과 다르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그 방향성은 정반대였다. 이 연구위원은 “지표에 나타난 물가는 실제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니 1% 미만의 물가상승률은 실제 디플레이션 상황을 의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물가상승률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물가상승률은 0%대일 수 있단 얘기다. 기술개발로 고가의 신제품이 나왔음에도 이를 지표가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은 분석 자체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기술발달로 여러 종류의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제품의 가격변수가 물가상승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단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품질조정에 대한 측면은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견해도 있어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식 디플레로 가나, 안 가나
KDI는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완만하게 조정하는 상황도 일본과 닮아있다”면서 “당시 일본은 경기 및 물가안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락할 수 있는 영향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011년 10월 4.3%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 9월 이후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전망치를 3.9%로 전망하면서 “하방리스크가 크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