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1일 '황금연휴'…중소기업 아빠들은 괴롭다

4월 29일~5월 9일까지 최장11일 연휴 시작
중소업체 절반 연휴에도 근무…"납품기일 맞추려고 출근"
"아이들이 대기업 아빠들과 비교할까 미안하고 두려워"
중소기업 임금 대기업 40%..어버이날·어린이날 선물 걱정도
  • 등록 2017-04-29 오전 6:30:00

    수정 2017-04-29 오전 6:30:00

지난 22일 인천공항 도착 대합실이 공항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사건팀] “황금연휴요? 남의 일이죠.”

서울 구로구에 있는 시설보수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58)씨에게 5월초 휴가 계획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연휴가 일 년 중 가장 바쁘다. 많은 대기업들이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연휴에 맞춰 설비점검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씨의 회사는 연휴 때마다 초과근무와 밤샘작업에 시달린다.

그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은 이번 연휴 대 연차를 내고 열흘 가까이 쉰다”며 “나는 가족들과 제대로 된 주말을 보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정모(45)씨도 황금연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씁쓸하다. 매출이 줄어든 탓에 연휴에도 쉬지않고 가게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정씨는 “가게를 닫자니 하루 벌이가 아쉽고 다른 사람을 두자니 인건비가 배로 든다”며 “일하는 건 상관이 없는데 놀러가자고 조르는 아들이 마음에 걸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달 29일부터 내달 9일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에도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자영업자인 아빠들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빠를 둔 아이들이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까봐 걱정이 많다.

중소업체 46% 징검다리 연휴에 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7~20일까지 중소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징검다리 연휴 기간(5월 1~9일)중 임시 휴무 계획을 조사한 결과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30.4%에 달했다. 휴무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은 15.6%를 차지했다. 절반(46.0%) 가까운 중소기업 직원들이 징검다리 연휴기간 중 격일 근무를 해야할 판이다. 더욱이 내달 9일 대통령 선거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49.6%나 됐다.

이들 중소기업은 휴무가 어려운 이유로 ‘납품기일 준수’(33.3%)와 ‘일시 가동 중단으로 인한 매출액의 큰 타격’(29.2%) 등을 꼽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모(36)씨는 “원청사 직원들은 연휴동안 휴가를 떠나도 하청업체는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납품기한 연장 등을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도 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에게도 황금연휴는 딴 나라 얘기다. 도봉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강모(50)씨는 “연휴에 가게를 찾았다가 문이 닫혀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있으면 나중에 더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며 “손님이 적게 오더라도 이발소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기사를 하는 이원석(52)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근무 일수(26일)를 채우지 못하면 사납금을 내지 못해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이씨는 “가족들과 여행을 가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주변에서 가족들과 놀러 간다는 말을 들으면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어린이가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 임금 대기업 40% 수준 불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편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상용 5~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02만 1000원, 상용 300인 이상의 임금은 481만 8000원으로 대기업 평균 임금이 59.5%(179만 7000원)나 많다. 특히 이같은 격차는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모(40)씨는 “국내여행도 이렇게 돈이 많이 들고 준비가 힘들 줄 몰랐다”며 “연휴 때 어디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황금 연휴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포함돼 있어 중소기업 아빠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장난감 가격은 전년보다 4.47% 뛰면서 2009년(7.14%)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아동복 가격도 1년 전보다 3.55% 오르며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회사원 권모(39)씨는 “딸과 부모님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부담이 너무 크다”며 “선물 살 돈도 마련하기 쉽지 않은데 여행은 엄두도 못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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