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문창용 “골리앗 맞서는 다윗의 용기 배웠죠"

문창용 캠코 사장 인생의 책 '싸울 기회'
  • 등록 2017-06-07 오전 6:00:00

    수정 2019-11-22 오전 9:16:42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명사의 서가’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인터뷰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조직의 역량은 위기 때 판가름난다. 위기가 오면 맥없이 쓰러져버리는 곳이 수두룩하다. 반면 이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는 조직도 있다. 이런면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위기에 강한 조직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캠코는 한단계 도약했다. 전시(戰時)를 대비해 평소 실력을 키운 결과인지 모른다.

지난해 11월부터 캠코를 이끌고 있는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외유내강형 최고경영자(CE0)다. 30년 공직생활동안 갈고 닦은 내공을 인정받은 자타공인 실력파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캠코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만나 유심히 살펴본 그의 내공의 원동력은 바로 독서였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책을 통해 간접경험 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다짐하는 계기도 생기고,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요즘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부산~서울 오가는 KTX는 개인 서재”

사실 그는 30년 공직생활 기간에는 책을 많이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직장 생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쁘다는 기획재정부에서 지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캠코 사장 취임 이후에는 바쁘더라도 틈틈이 시간을 내 책을 독파한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귀중한 시간이 됐다. 미래를 구상하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그는 열차(KTX)를 서재 삼아 책읽기에 몰두한다고 한다. 본사인 부산과 국회와 정부부처가 몰린 서울을 자주 오가는 동안 보고서와 결제 서류 외엔 늘 책을 손에 잡는다고 했다. 상시 위기의 시대 캠코를 이끄는 CEO로서 변화의 흐름을 읽는데 풍부한 독서만큼 도움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나무와 숲을 보는 능력을 동시에 키우는 셈이다.

문 사장이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삶”이었다. 주변환경이 녹록지 않아도 두드리는 사람에게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 자서전 ‘싸울 기회’를 거론하면서 도전하는 사람이 점점 강해진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 “워렌 상원의원 자서전 읽으며 용기 배워”


워렌은 작년 대선 후보로 거론될 만큼 미국 진보진영의 거물이다.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본인의 노력으로 대학을 마치고 하버드 법대 교수를 거쳐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파산법 전문가으로서 미국 금융계의 부패상을 드러내고 어떤 정치적 거래와 책략이 숨겨져 있는 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새 파산법을 발의해 파산보호 범위를 줄이려 하자 10년간 맞서 싸웠다. 주변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승산이 없다고 말렸지만, 그는 결코 싸움을 피하지 않는 강인한 전사였다. 그이 이야기의 내면에는 ‘싸울 만한 가치’가 있다면 아주 강력한 적들을 상대로 싸우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도전하는 행보를 멈추지 않은 결과다.

문 사장은 기재부 세제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그만두고 잠시 쉬는 기간, 워런의 자서전을 읽었다고 했다. 당시는 갈곳이 정해지지 않은 채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던 시기였는데, 이 책을 통해 도전하는 용기를 충전한 셈이다. 문 사장은 “변화하려는 데 불가능은 없다는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았다”면서 “인생을 대하는 워런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 “성실히 빚을 갚던 파산자는 구제 필요”


동시에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인프라의 중요성도 여러 번 강조했다. 문 사장은 “우리 기준으로 보면 워런의 학벌은 내세울 게 없다. 그러나 하버드 법대 측은 소위 지방대를 졸업했지만 파산법 전문가로서 그의 가능성과 실력을 보고 영입했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미국과 미국 교육시스템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채권을 관리하는 캠코 수장으로서도 워런으로부터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는 “파산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보고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는 워런의 모습을 보고 미처 알지 못하던 점을 많이 배웠다”며 “성실하게 빚을 갚다가 어쩔 수 없이 갚지 못하는 차주는 구제해주는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모럴해저드가 일어나지 않도록 캠코의 경험이나 자료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돌이켜보면 이 책이 캠코로 이끌어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워렌 (Elizabeth Warren)

조지워싱턴대와 휴스턴대 언어병리학,청각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올랐다. 미국 법학 연구소 부회장을 거쳐 2013년부터 메사추세츠주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재직중이다. 2012년 포브스지로부터 올해를 빛낸 가장 매력적인 여성 12명에 뽑히기도 했다.

문 캠코 사장은....

1962년생 경기 남양주 출신. 연세대 행정학과와 미 일리노이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가천대 회계세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8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 국세청과 통계청 통계교육원장,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했고 조세기획관, 재산소비세정책관을 거쳐 2014년8월 세제실장에 올랐다.

기재부 근무 시절 후배 직원들로부터 ‘닮고 싶은 상사’ 설문에 세 차례나 뽑혔을 정도로 업무 능력과 소통,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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