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도 꺼려, 법인카드 한도 반토막"‥주 52시간 도입 달라진 직장 풍경

도입 첫날 착실히 준비한 대기업들 큰 혼란 없어..“자투리 시간 아껴라” 총력
헬스장 다니고 여행 계획..자기개발 취미 갖는 직장인 급증
“워킹맘도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 됐다” 환영 목소리
  • 등록 2018-07-03 오전 6:20:00

    수정 2018-07-03 오후 3:46:12

[이데일리 안승찬 김겨레 김미경 기자] “직원들끼리는 회식을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누가 강제한 건 아닌데, 회식은 가급적 월 1회만 하자는 분위기에요.”

고용노동부는 회식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현실은 다르다. 퇴근 시간을 앞당기고 회식부터 줄이자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주 52시간 도입으로 기업의 문화가 달라졌다. LG그룹의 한 팀장은 “7월부터 업무와 관련된 저녁약속은 모두 취소했다”며 “회사에서 법인카드 한도도 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40시간 근무에 더해 시간외근무 12시간을 넘지 못한다. 1989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최대 변화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대기업의 경우 주 52시간 노동시간제를 대체로 착실히 준비해왔다. 소란은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300인 이상 3627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주 52시간을 미리 준비한 기업은 59%다. 다만 40%가량의 기업은 아직 준비가 춘분하지 않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자투리 시간도 아껴라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주 52시간을 미리 도입했다. 회사 게이트를 통과할 때 출근 시간은 자동으로 기록된다.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에 근접하면 부서장에게 경고 알람을 띄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첫날이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까지 도입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주일 단위가 아닌 한달 단위로 계산한다. 좀 더 일한 주가 있더라도 한달 평균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괜찮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으로 관리 부담이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도 줄이려는 노력은 삼성전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흡연처럼 짧은 휴식시간까지 일일이 집계하지는 않지만, 병원에 가거나 은행업무처럼 개인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울 때는 직원 스스로 비는 시간을 입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주 52시간 도입에 맞춰 통근버스 시간을 아예 20분 당겼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업무를 타이트하게 관리하자는 취지다. LG전자 관게자는 “가급적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자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헬스장 북적북적..금요일 오후 2시에 제주도로 GO~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 KT&G 관계자는 “회사 근처 헬스장에 갑자기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면서 “직원들이 각자 취미생활을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LS전선은 8시30분 출근해 오후 5시30분 퇴근하는 정시출퇴근제를 실시 중이다. LS전선 관계자는 “근무시간의 집중도가 높아졌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직원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찍 퇴근하는 만큼 여행 계획을 세웠다는 사람들도 많다.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된 한 기업 직원은 “금요일 오후 2시 퇴근해서 저녁 비행기 타고 제주도나 2박3일 일본 여행계획를 짠 직원들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직장 여성들은 달라진 분위기를 누구보다 환영한다. 육아를 위한 시간이 늘어난 것도 장점이지만, 공정한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한 대기업 여성 직원은 “워킹맘이어서 야근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제 똑같이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끝내는 분위기가 되니까, 남자 직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우린 한발 더 간다

신세계백화점은 주 52시간 도입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 한층 여유롭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인 올해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하루 7시간 근무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오후 5시에 직원들의 PC가 자동적으로 꺼지는 PC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신 특정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집중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마트는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오후에는 2시부터 4시까지 집중근무시간으로 둔다. 이때는 흡연실을 폐쇄하고 회의도 최소화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어색했던 게 사실”이라며 “남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뭐든지 배워야겠다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생활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모바일 숙박예약업체 여기어때는 이미 작년 3월부터 주 35시간제를 도입했다. 한주의 시작이 월요일 오후부터 시작한다. 주 52시간 도입에도 달라질 게 없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처음에는 생산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영업 흑자를 기록하고 매출 성장도 계속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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